"직원 9명 중 3명을 내보내고 식구들이 나와서 일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며칠 있으면 끝나겠지 했는데 두 달이 다되도록 계속되니 참을 수가 있나요.

이 동네 가게는 죄다 문 닫아야 될 상황이에요.

청와대 옆에서 정말 장사 못해먹겠다는 생각뿐이에요."(서울 효자동 S고깃집 김모씨)

서울 효자동·삼청동·신문로·세종로 일대 음식점,슈퍼마켓,제과점 등 상인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오후 5시께면 어김없이 차량 출입이 통제되는 바람에 매출이 지난 3~4월에 비해 70∼80% 이상 떨어졌기 때문이다.

27일 지역 상인들에 따르면 이 일대 음식점들은 기껏 예약을 받아 놓아도 저녁 때만 되면 예약이 잇따라 취소돼 두 달 가까이 파리만 날리고 있는 신세다.

특히 저녁 장사가 중요한 고깃집·한정식집 등의 피해가 극심하다.

지난 1~2월 인수위원회 '특수'를 누렸던 삼청동 음식점들은 매출이 당시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울상이다.

삼겹살 등을 주로 파는 S식당 관계자는 "오늘도 20명이 저녁 정식을 예약했다가 차가 못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전에 취소했다"고 푸념했다.

삼청동의 A중국집 이모 사장도 "교통통제가 시작되면 여기 주민들도 신분증을 보여줘야 통과되는데 무슨 손님이 있겠느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삼청동의 유명 수제비집 사장도 "지금 일하고 있는 직원이 30명인데 저녁에 손님이 10~15개 팀밖에 없다"며 "직원 수와 손님 수가 비슷하니 에어컨 전기료도 안 빠질 판"이라고 말했다.

배달업종이라고 해서 타격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미노피자 세종로점 관계자는 "길이 완전히 통제되는 날에는 오토바이도 못 다니니 배달 손님을 못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로 등 시위 장소와 가까운 지역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신문로 구세군회관 옆 M한정식집 관계자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지난 10일에는 방 7개 예약이 꽉 차 있었는데 오후부터 하나둘씩 취소되더니 결국 한 팀도 오지 않았다"며 "종업원들끼리 둘러 앉아서 넋두리로 '나가서 양초나 팔아야겠다'고 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슈퍼마켓 등 서민형 업종에 대한 영향은 더욱 크다.

효자동의 한 슈퍼마켓 주인은 "전경차가 딱 버티고 섰으니 사람들이 아예 다닐 생각을 않는다"고 걱정했다.

경복궁역 인근 한 프랜차이즈 빵집 관계자도 "동네빵집을 하다가 지난 3월 프랜차이즈로 전환했는데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3,4월 매출에 비해 지금은 30%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며 답답해했다.

세종로 일대의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영풍문고,반디앤루니스 종로점 등 대형 서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시위대가 연일 거리를 휩쓰는 바람에 책을 구입하려는 독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상은/오진우/서욱진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