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에서 '구석기'란 상호로 한식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순신(50)입니다.

점포는 지하철 4호선 과천청사역 1번 출구 인근에 있는 오피스텔건물 지하 1층에 있습니다.

106㎡(32평) 규모에 좌식 테이블 15개를 두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기 전에는 바로 앞에 있는 '와인숙성 삼겹살 전문점'을 친구로부터 위탁받아 6년간 운영했습니다.

평균 하루 매출이 150만원 선으로 비교적 실적이 좋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가을 현재 점포(구석기)가 매물로 나와서 권리금 6000만원과 보증금 3000만원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점포명은 '황해메밀냉면'이었습니다.

시설을 고치고 점포를 꾸미는 데 3000만원을 들여 초기 투자비로 1억2000만원가량 들었습니다.

월세는 165만원입니다.

이 건물에서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장사를 하면 잘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전혀 다른 결과에 실망했습니다.

영업을 개시한 이후 8개월 동안 영업이 부진해 상호를 세 번이나 바꿨습니다.

한식점인 '구석기'로 바꿨다가 기술전수비로 500만원을 주고 '이대조뼈다귀'라는 해장국 전문점으로 업종 전환을 했지만 손님이 없어서 한 달 보름 만에 최근 '구석기'로 다시 간판을 교체했습니다.

메뉴는 구석기밥상 훈제오리 감자탕 김치찜 황해메밀냉면 순두부 선지해장국 생삼겹살 등 다양합니다.

삼겹살 메뉴는 최근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앞 식당 친구와 마찰도 있었습니다.

대표 메뉴인 구석기밥상의 경우 가격을 최근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고 삼겹살도 1인분(180g)에 1만원으로 인상했습니다.

주위 식당 가격도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따른 문제는 없습니다.

현재 매출은 점심시간에 30만~40만원,저녁시간에 10만원 정도입니다.

저녁 시간 매출은 이 건물 지하에 입주한 10개 식당 가운데 가장 저조한 듯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점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요.


'잡탕 메뉴' 구조조정 … 백반에 특화

저녁엔 돌판구이 삼겹살 공들여야

의뢰인의 점포는 원가율 40% 기준으로 한 달 매출 1500만원이 손익분기점입니다.

한 달 영업일수 30일 기준이면 하루에 50만원,22일 기준이면 68만원 이상 매출을 올려야 합니다.

현재보다 하루에 20만원 이상 더 팔아야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메뉴 개편과 서비스 제고 등 전반적으로 경영을 개선해야 합니다.

우선 메뉴를 줄이고 전문화시켜야 합니다.

'구석기'의 컨셉트에 맞는 대표 메뉴가 필요합니다.

가정식 백반,삼겹살,감자탕,훈제오리,김치찜,수제 냉면,순두부 찌개 등의 현재 메뉴는 대형 음식점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구성입니다.

점심에는 가정식 백반과 세미 한정식,저녁에는 돌판을 이용한 모듬 삼겹살 등을 주력 메뉴로 정하고 연관성이 없는 메뉴는 과감하게 정리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감자탕이나 전골,찜류는 삼겹살과 궁합이 맞지 않습니다.

배부른 메뉴와 배부르지 않은 메뉴와의 결합이 필요합니다.

점심 메뉴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한정식 개념의 가정식 백반인 '구석기밥상'을 더욱 특화시켜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구석기밥상'에 더덕구이나 황태구이,모듬전,제육볶음 등을 내놓고 반찬 몇 가지를 더 제공해 1만원대의 '신석기밥상'이란 메뉴로 내놓는 것도 해볼 만합니다.

점심시간에는 힘들겠지만 저녁시간에는 공기밥보다는 돌솥밥을 제공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구석기밥상은 매일 반찬이 바뀌지만 자주 오는 고객이 아닌 경우 이를 알지 못합니다.

출입구에 형광보드로 된 메뉴판을 설치해 '오늘의 메뉴'와 '내일의 메뉴'를 알려주거나 아예 주간 단위의 메뉴를 알려주면 고객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저녁 대표 메뉴는 인근 점포들과 겹치더라도 삼겹살이 적당해 보입니다.

단 다른 점포들과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구석기'라는 상호에 맞게 돌판이나 자연석 등으로 고기 굽는 방식을 바꾸고 자연석구이 한판을 스페셜 메뉴로 내놓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판 구이는 삼겹살의 양을 줄이고 주꾸미 대하 소시지 버섯과 고구마 가래떡 등을 골고루 넣어 '구석기 한판'이라는 별칭으로 선보이는 것입니다.

야채와 버섯의 신선함과 푸짐함을 고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개방형 야채 냉장고를 설치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냉기가 가시지 않은 채 제공하는 것도 해볼 만한 시도입니다.

주방 입구 상단에 붙어 있는 요리 사진은 앞으로 제공할 메뉴 사진이나 구석기 컨셉트에 알맞은 슬로건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벽면에 붙어 있는 메뉴판이나 메뉴를 소개한 플래카드도 철거하고 새롭게 벽면 메뉴를 만드는 게 좋습니다.

벽면에 차라리 구석기 시대를 연상시키는 사진이나 소품들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고려해봄직합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입지 ‥ 정부종합청사 인접 별양동 상권

사당에서 남태령을 지나 안양으로 향하다 보면 우측으로 정부종합청사가 보이고 좌측에는 상가 건물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이 지역이 과천에서 유일하게 대규모로 형성된 '별양동 상권'입니다.

의뢰인의 점포는 상권 중심부에 있는 오피스텔 건물 지하에 있습니다.

이 지역은 신도시치고는 크지 않은 상권이지만 500m가량 떨어진 거리에 두 곳의 대형 슈퍼마켓을 비롯해 아울렛 호텔 학원 음식점 주점 등이 몰려 있습니다.

대로변 건너에 정부종합청사가 있고 주위에 아파트 단지와 사무용 빌딩들이 많은 데다 중앙공원이 인접해 있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습니다.

평일 낮시간에는 30~40대 주부들이 많고 저녁 이후에는 회사원과 청소년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휴일에는 쇼핑을 즐기는 여성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에는 과천청사 공무원들과 주변 사무용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가정주부,인근 공원을 산책하면서 여가를 즐기는 노년층 등이 한데 어울려 소비를 만들어내는 게 특징입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30대가 주축을 이뤘지만 지금은 자연스레 40대가 상권의 주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때문에 중.고생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이로 인해 예능학원을 포함한 입시학원들이 상가의 상층부를 형성할 정도로 교육 지출 비중이 높고 생활 관련 소비가 유흥이나 사치형 소비에 비해 우세한 지역입니다.

걸림돌 ‥ 8개월동안 업종 3번 바꾸었지만 메뉴 '그게 그거' … 전문성 떨어져

의뢰인의 점포는 8개월여 동안 '냉면집→한식당→해장국전문점→한식당'식으로 주메뉴를 세 번이나 바꿨고 그때마다 상호도 변경했습니다.

문제는 업종은 바꿨지만 기존 메뉴를 과감히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팔고 있다는 점입니다.

감자탕,훈제오리,김치찜,생삼겹살,한정식,선지해장국,순두부찌개,메밀냉면 등의 메뉴를 동시에 취급하는 것 자체가 효율과 전문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어느 메뉴 하나도 신뢰감을 주지 못합니다.

'구석기'라는 상호의 컨셉트와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잦은 메뉴 교체로 인해 서비스 공간의 정리정돈이 부족하고 배식대 위에 그릇이 높이 쌓여 있는 등 분위기도 어수선합니다.

주방입구 상단에 있는 슬라이드 필름으로 된 요리사진들도 현재 제공하는 메뉴와 상호에 부적합할 뿐 아니라 오래되고 지저분한 느낌을 줍니다.

사무용 빌딩 지하식당이라는 입지 여건상 한정된 점심 영업시간에 고객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회전율을 최대한 높여야 하지만 직접 면을 뽑아내는 황해메밀냉면이나 감자탕 등 일부 메뉴들의 음식 제공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걸림돌입니다.

저녁 매출 비중이 떨어지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추가한 삼겹살은 이미 같은 지하층의 10개 식당 중 절반이 취급해온 메뉴여서 경쟁이 심합니다.

의뢰인의 점포는 단순히 생고기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경쟁 점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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