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복과 골프복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주말 등산과 골프에 빠진 40,50대 남성들이 편안한 게 최고라는 인식 아래 '등산복=골프복'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라푸마 등 주요 등산복 브랜드들이 내놓은 쉘러(신축성.방수성.통기성이 좋은 기능성 섬유) 소재 등산복 바지는 절반 가까이가 골프복 용도로 판매될 정도다.

특히 노스페이스는 최근 '프레시 쉘러바지'를 출시하면서 아예 광고에서 모델이 이 바지를 입고 골프 스윙을 하는 모습을 내세웠다.

등산복이지만 골퍼들을 주고객층으로 겨냥한 것.

이성우 현대백화점 레포츠 바이어는 "등산복이 골프 전문 브랜드에 비해 디자인은 떨어지지만 골프를 칠 때 더 편해 주로 40대 이상 남성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한 등산복 업체 관계자는 "대리점주들로부터 등산복을 입고 골프 스윙하는 모습의 광고사진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전했다.

그동안 골프복이든 등산복이든 상의는 브랜드 로고로 명확하게 구분돼 이런 겸용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 들어 등산복이 화려해지면서 가격이 10~20% 비싼 골프복 대신 등산복을 사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라푸마 매장 직원은 "폴로티나 앞쪽에 지퍼가 달린 쿨맥스 셔츠는 구매 고객의 30%가 골프복 용도로 사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에선 상반기 아웃도어군(群) 매출이 18% 늘어난 반면 골프복은 5% 증가에 그쳤다.

등산복이 고기능성 소재를 많이 사용해 흡습.속건성이 우수하고,방수.방풍 기능도 좋아 선호된다는 것.이에 맞서 골프복 브랜드들은 디자인은 물론 방수.자외선 차단 등 기능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골프와 등산은 신체 움직임에 차이가 커 가급적 용도에 적합한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는 견해도 있다.

이제영 닥스골프 상품기획자는 "하체를 많이 쓰는 등산의 경우 상하운동에 적합하게 디자인되지만,상체 운동 위주인 골프에선 스윙이 편하도록 소매.어깨에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