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한정식 식당 '제주향'을 운영하는 김영찬씨(54·사진)는 제주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아마추어로 꼽힌다. 나인브릿지 핀크스 등 제주도 내 골프장 클럽챔피언을 도맡아 했고 나인브릿지CC에서 열린 '월드클럽챔피언 대회'에 2004년부터 3년 연속 한국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제주골프협회 전무를 맡을 정도로 골프계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그가 골프에 입문한 것은 20년 전.탁구와 보디빌딩으로 평소 체력관리를 해온 덕인지 그는 11개월 만에 첫 싱글스코어를 냈다.

"초등학생이던 딸 둘이 음악 공부를 위해 서울로 유학을 떠나면서부터 골프에 매달렸어요. 라운드를 하고 난 뒤 그날 일어난 에피소드와 라운드하면서 느낀 자잘한 이야기들을 전화로 얘기하는 것이 낙이었습니다. "

그는 샷이 얼마나 정확한지 홀인원만 다섯 차례 기록했다. 그 가운데 세 차례는 홀인원 보험을 들어 300만원씩 보험금을 받았더니 보험사에서 더 이상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김 사장은 골프를 칠 때 "너무 편하게 친다"는 소리를 듣는다.

"해저드가 있거나 벙커가 있어도 전혀 괘념치 않습니다. 그냥 페어웨이라고 생각해요. 목표 지점을 정한 후 거리만 계산합니다. 그리고 클럽을 믿고 칩니다. "

그는 또 골프를 처음 배울 때부터 '18홀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10홀을 치든 14홀을 치든 상관하지 않는다. 오로지 지금 치고 있는 이 홀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김씨의 이 같은 생각은 제주도 골프장에 홀 단위로 그린피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적용되기도 했다.

제주에서 '골프 잔뼈'가 굵은 김씨는 제주 날씨에 대처하는 요령도 알려줬다.

"제주도는 섬이기 때문에 날씨 변화가 심합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원칙'이 있어요. '삼한사온(三寒四溫)'처럼 사흘 정도 바람이 강하게 불면 나흘째에는 날씨가 좋습니다. 또 날씨가 좋지 않을 때 한라산을 중심으로 반대편 쪽은 반대의 날씨를 보인다는 점도 알아두면 도움이 되지요. 동쪽에서 눈비가 오더라도 서쪽에서는 별로 오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

그의 '골프스윙 훌라후프 이론'도 재미있다. 훌라후프 이미지를 연상하면서 스윙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스윙을 할 때 '훌라후프'를 대각선으로 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상태에서 훌라후프를 따라 클럽을 돌리는 겁니다. 임팩트는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이뤄지고요. 어느 한 부분을 세게 치는 것이 아닙니다."

제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