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화가이자 예술원 회원인 이종상 화백(70)의 독도그림 도쿄전시회가 일본의 일부 보수 우익단체 및 네티즌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이 화백은 오는 8월30일~9월1일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리는 '아사아 톱 갤러리 아트페어'에 한국미술센터(대표 이일영)를 통해 독도 그림 10여점을 출품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내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뉴오타니호텔 측이 독도 그림이 출품되면 행사를 취소할 방침이라고 알려왔다고 아트페어 조직위원인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가 30일 전했다.

▶본지 7월21일자 A36면 참조

이는 예술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이어서 한ㆍ일 간 문화 갈등으로 비화할 우려가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황 대표는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부 우익단체들이 행사 주최 측과 뉴오타니호텔에 전화를 걸어 만일 한국 작가의 독도 그림이 아트페어에 걸릴 경우 호텔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아트페어조직위원회는 긴급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고 이 화백의 독도 작품을 출품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대표적 웹사이트(www.2ch.net)에 수 백건의 댓글이 올라오는 등 일본 네티즌 역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디 J7xsmi0f를 쓰는 네티즌은 "한국 청주시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일본 돗토리현 초ㆍ중학생의 미술작품 전시가 독도 문제로 취소됐다"며 "한국 작가가 일본에 독도 그림을 걸 자격이 있느냐"고 따졌다.

xuhlbQit라는 아이디를 쓰는 다른 네티즌은 "누가 봐도 정치선전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예술과 묶는 일 자체가 예술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대해 이 화백은 "내 작품은 독도를 소재한 예술품이며 피카소가 6ㆍ25를 소재로 '게르니카'를 그린 것과 같은 것"이라며 "독도 그림을 일본 아트페어에 못 걸게 하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 및 박물관장을 지낸 이 화백은 화업 50년 동안 고구려 문화의 원형과 독도의 진경만을 꾸준히 화면에 담아왔다. 특히 1977년 국내 화가로는 처음 독도에 들어가 '독도 진경'을 그렸다.

'아시아 톱 갤러리 아트페어'는 도쿄 신주쿠 인근 뉴오타니 호텔 3개층의 룸에서 한국 화랑 30여곳을 비롯해 중국화랑 10곳, 일본화랑 50곳 등 주요 화랑들이 각국 대표 작가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대규모 그림 장터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