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9월 위기론'의 실체 … 꽃밭론과 바가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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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오랜만에 개원해서 그런지 각종 ' OO설'과 'OO론'이 난무하다. 쇠고기 협상의 책임문제를 놓고 여야 간 '설거지론'과 '선물론'이 나온 데 이어 9월 위기설을 놓고 해묵은 '꽃밭론'과 '바가지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9월 위기설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한국과 같은 외환위기 경험국에서 최근처럼 위기론이 재차 불거질 때 국제금융기관들은 어디에 주목하는가부터 알아보면 쉽게 이해된다.
보통 외환위기 경험국들은 세 단계를 거친다. 먼저 외화가 부족하면서 생기는 외환위기다. 외환위기를 겪게 되면 한국처럼 담보관행이 일반화된 국가에서는 금융위기로 진전된다. 당연하겠지만 금융위기로 필요한 기름(돈)을 공급해 주는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실물경제 위기로 치닫는다.
위기 극복 과정도 이 수순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외화를 확보,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위기를 낳게 한 부실을 털어내야 금융시스템의 복원이 가능하고 실물경기가 안정될 수 있다. 이런 위기 극복 3단계론을 토대로 국제금융기관들은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위기론은 크게 두 가지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하나는 경제 현실에 대한 경제주체 간 인식 차가 위기론의 빌미를 제공해 준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정책당국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로 몰릴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지표의 견실함을 들어 위기가 아니라는 '펀더멘털론'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민들은 체감경기가 안 좋은 점을 들어 위기론에 공감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어 대조적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주체 간 책임공방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는 경제 현안에 대해 일부 한나라당 의원과 경제 각료들은 급한 불을 끄다 보면 꽃밭을 밟게 되는 소방관에 비유해 '꽃밭론'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 즉 현 정부 출범 이후 잇달아 터진 대내외 악재 속에 불철주야로 노력한 결과 이제는 현안들이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최근 논란이 심화되는 각종 현안에 대한 현 정부의 처리 방식을 놓고 '바가지론'을 들고 있다. 몇 해 전 강원도 일대에 난 큰 산불과 미국의 모기지 사태도 초기 대응을 잘해 몇 바가지의 물만 부으면 진화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현 정부가 출범 이후 경제 현안에 신속히 대응했으면 최소한 지금과 같은 위기론은 제기되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한 지적이다. 과거의 예를 볼 때 우리처럼 초기 단계에 외화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후 경제가 계속해서 안정되느냐 여부는 얼마나 빨리 시스템 위험을 치유하는 단계로 이행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관들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평가를 신용공여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시한다.
대부분의 외환위기 국가가 유동성 위험을 해결한 후 시스템 위험을 해결하는 단계로 순조롭게 이행하지 못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 과정에서 현재 한국의 정책당국자처럼 꽃밭론에 취해 정책을 실기할 경우 '경제위기론'이 대두되는 것이 관례다.
결국 국제금융기관들의 이 같은 평가로 보아 최근 한국경제의 위기론은 '경제주체 간 신뢰위기'로 집약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당국자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여전히 꽃밭론에 젖어 있다 보면 현재 논의 차원인 위기론이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 대통령을 포함한 현 경제팀이 정책 수용층인 기업과 국민이 느끼는 경제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를 줄여 나가야 지금의 신뢰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우리 경제와 증시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9월 위기설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한국과 같은 외환위기 경험국에서 최근처럼 위기론이 재차 불거질 때 국제금융기관들은 어디에 주목하는가부터 알아보면 쉽게 이해된다.
보통 외환위기 경험국들은 세 단계를 거친다. 먼저 외화가 부족하면서 생기는 외환위기다. 외환위기를 겪게 되면 한국처럼 담보관행이 일반화된 국가에서는 금융위기로 진전된다. 당연하겠지만 금융위기로 필요한 기름(돈)을 공급해 주는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실물경제 위기로 치닫는다.
위기 극복 과정도 이 수순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외화를 확보,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위기를 낳게 한 부실을 털어내야 금융시스템의 복원이 가능하고 실물경기가 안정될 수 있다. 이런 위기 극복 3단계론을 토대로 국제금융기관들은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위기론은 크게 두 가지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하나는 경제 현실에 대한 경제주체 간 인식 차가 위기론의 빌미를 제공해 준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정책당국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로 몰릴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지표의 견실함을 들어 위기가 아니라는 '펀더멘털론'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민들은 체감경기가 안 좋은 점을 들어 위기론에 공감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어 대조적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주체 간 책임공방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는 경제 현안에 대해 일부 한나라당 의원과 경제 각료들은 급한 불을 끄다 보면 꽃밭을 밟게 되는 소방관에 비유해 '꽃밭론'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 즉 현 정부 출범 이후 잇달아 터진 대내외 악재 속에 불철주야로 노력한 결과 이제는 현안들이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최근 논란이 심화되는 각종 현안에 대한 현 정부의 처리 방식을 놓고 '바가지론'을 들고 있다. 몇 해 전 강원도 일대에 난 큰 산불과 미국의 모기지 사태도 초기 대응을 잘해 몇 바가지의 물만 부으면 진화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현 정부가 출범 이후 경제 현안에 신속히 대응했으면 최소한 지금과 같은 위기론은 제기되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한 지적이다. 과거의 예를 볼 때 우리처럼 초기 단계에 외화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후 경제가 계속해서 안정되느냐 여부는 얼마나 빨리 시스템 위험을 치유하는 단계로 이행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관들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평가를 신용공여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시한다.
대부분의 외환위기 국가가 유동성 위험을 해결한 후 시스템 위험을 해결하는 단계로 순조롭게 이행하지 못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 과정에서 현재 한국의 정책당국자처럼 꽃밭론에 취해 정책을 실기할 경우 '경제위기론'이 대두되는 것이 관례다.
결국 국제금융기관들의 이 같은 평가로 보아 최근 한국경제의 위기론은 '경제주체 간 신뢰위기'로 집약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당국자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여전히 꽃밭론에 젖어 있다 보면 현재 논의 차원인 위기론이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 대통령을 포함한 현 경제팀이 정책 수용층인 기업과 국민이 느끼는 경제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를 줄여 나가야 지금의 신뢰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우리 경제와 증시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