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이조복집'이란 상호로 복요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우상범(52)입니다. 점포는 한국전력공사 본사 뒤쪽이자 서울의료원 앞쪽인 골목에 83㎡(25평) 규모로 들어서 있습니다. 이 곳에서 1989년 창업해 같은 상호와 업종으로 20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화폐 가치와는 차이가 크지만 개업 당시 보증금 3000만원에 창업 비용이 2000만원가량 들었습니다. 권리금은 없었고 주위에 점포나 식당도 거의 없었습니다. 대기업 본사 관리부에서 근무할 때 한식점을 운영하는 친구와 복요리집에 갔다가 복요리 맛에 매료돼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복요리 전문점은 다 찾아다닌 결과 맛만 있으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고 맛은 좋은 재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희 점포는 창업 때부터 줄곧 '복어의 귀족'이라 불리는 참활복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복요리는 복매운탕과 복지리를 비롯 복찜 복샤브샤브 복튀김 복불고기 복사시미 등을 제공합니다. 매운탕이나 지리는 3만~5만원,다른 복요리는 6만~15만원입니다. 인근에 있는 대기업 임원들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홍보나 광고는 그동안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지만 빈 자리가 없어 손님들이 기다렸다 먹을 정도로 영업 실적이 좋았습니다. 음식 맛도 뛰어난 편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최근 몇 개월 동안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물가 급등 등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매출이 한창 성업 중일 때와 비교해 5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외환위기 때도 저희 점포는 장사가 잘됐는데 매출이 떨어지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인근 지역에 복요리 전문점들이 6곳이나 생겨 손님들이 조금씩 분산되는 것 같기는 합니다. 저희 점포는 창업 당시 영업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데 '무엇인가 달라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매출이 왜 줄어드는지,영업상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알고 싶습니다.



입지ㆍ걸림돌‥직장인 의존도 높아 주말엔 한산

삼성역 주변 상권은 서울 강남지역에서 강남역 상권 다음으로 강한 상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엑스와 공항터미널,현대백화점이 들어서고 삼성역에 지하 상권이 형성되면서 매머드급 상권으로 성장했습니다. 삼성역을 중심으로 1차 상권에 해당하는 반경 500m 이내에 상주 인구는 5000여명에 불과하지만 직장인은 6만여명에 이릅니다.

의뢰인의 점포는 삼성역 상권에서 북동쪽에 있습니다. 이 지역에도 한국전력 본사와 서울의료원 한국감정원 대웅제약 등 대형 건물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올림픽대로와 테헤란로,영동대로 등과 인접해 접근성은 좋지만 코엑스몰이나 대치동,강남경찰서 부근에 비해 상권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직장인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평일에 비해 주말ㆍ휴일 매출이 현저히 떨어지고 회식 문화의 3차에 해당하는 유흥업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밤 10시가 넘어가면 인적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의뢰인의 점포는 그동안 호황을 누렸고 맛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탓에 강남 지역에서 전통 있는 복요리집이라는 것을 전혀 홍보하지 않았습니다.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한 마케팅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것도 영업이 부진한 현재 상황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또 고위층 인사들이 주로 찾는 복요리 전문점으로는 어울리지 않게 주류업체에서 제공하는 메뉴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종업원들의 복장도 저가형 고깃집을 연상시킵니다. 집기나 찬그릇,서빙,내부 인테리어 등에서도 전통 있는 고급 요리점에 필요한 격조와 차림새가 부족합니다.


A. 의뢰인의 점포에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고사성어의 교훈이 적절해 보입니다.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20년간 한 자리에서 같은 아이템으로 점포를 운영해 온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에서 20년이란 전통은 역사를 이야기할 수준이 됩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복요리 전문점의 '명가(名家)'로 자리 매김하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최근 영업이 부진한 것은 의뢰인의 지적대로 사회ㆍ경제적인 환경의 영향도 있고 주변에 경쟁 업소들이 늘어난 탓도 있습니다.

하지만 20년간 기존 영업 방식을 고수하면서 시대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일시적인 영업 부진은 물론 점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키기보다는 다듬고 개선하는 시도와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명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영업 부진에서 탈피하려면 기존의 단골 위주 영업에서 벗어나 신규 고객을 적극 유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우선 매장부터 '전통'을 홍보해야 합니다. 매장에 20년 전통을 알리는 문안을 부착하고 예전의 점포 전경이나 주변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오래된 물건들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 고객들이 역사를 한눈에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또 지역 정보지를 활용하거나 예약 기능과 고객 게시판 기능을 갖춘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합니다.

가격과 요리 수준에 맞는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야 합니다. 우선 시설 측면에서 부분 개보수가 필요합니다. 접대가 자주 이뤄지는 장소를 감안하면 현재 개방적인 룸이나 홀 구조는 고객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개방형 룸을 개조해 밀실형 룸으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테이블도 협소한 느낌이 듭니다.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테이블 수를 줄이고 좀 더 큰 것으로 교체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메뉴판도 고급스러운 것으로 교체하고 종업원들의 복장도 최소한 블라우스에 조끼를 걸친 차림 정도는 갖춰야 합니다. 점주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정장 차림에 명찰을 패용하고 적당한 타이밍에 서비스 메뉴를 가지고 테이블로 찾아가 고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품위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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