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은 2007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에 사상 최대 수익을 냈다. 순영업이익은 11조6162억원으로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증시 호황으로 수수료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증시가 침체된 올해는 수수료 수입이 줄면서 증권사들의 수익도 쪼그라들 전망이다. 총수익에서 매매수수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61.9%로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가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국내 증권사들의 경영패턴은 자통법이 시행되면 크게 달라지게 된다. 수수료에 의존하는 사업모델로는 금융투자회사로서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석 삼성증권 부사장은 "자통법이 시행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수수료 인하 경쟁 같은 것은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증권업계는 초대형 2∼3개사와 특화된 업무영역을 가진 중소형 증권사로 양분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통법 이후 IB와 자산관리는 증권사 사업구조에서 양대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보성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자통법은 그동안 수수료 수입에 의존해온 증권사들의 수익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IB와 자산관리가 증권사의 우열을 가리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동환 대우증권 해외사업본부장은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의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시장 경쟁의 심화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자기자본투자(PI)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2006년 이후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해오고 있다. 투자 대상도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에서 부동산 대체에너지 등 실물자산까지 다양하다.

프롭트레이딩(Prop-Trading) 등 자기자본을 활용한 상품 투자도 중요한 사업영역이 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PI와 자기매매 수익금이 전체 수익의 68%를 차지한다. 우리도 자통법이 시행되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다양한 파생상품이 쏟아져나오게 된다.

자산관리 부문은 이미 증권사의 중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자산관리에 강점을 가진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총수익에서 자산관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39%나 됐다. 퇴직연금시장도 6월 말 4조원대에 머물고 있지만 2010년이면 40조∼50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