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는 자산관리형 투자은행(IB)의 유력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런 만큼 메릴린치의 성장사는 자산관리시장 개척이 당면 과제인 국내 증권사에 많은 교훈을 준다.

1914년 찰스 E 메릴에 의해 설립된 메릴린치는 1970년대 후반 수수료율의 전반적인 하락으로 위탁매매업의 한계를 실감하면서 증권업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인수·합병(M&A)과 자기자본투자(PI) 등으로 기틀을 잡은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와는 달리 메릴린치는 이 시기 자산관리 부문에 특화해 글로벌 IB로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메릴린치는 1977년 증권계좌와 일반계좌,직불계좌를 통합 관리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개발했다. 또 연소득 3만달러 이상인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금융계획 수립을 지원해주는 개인자산관리(Personal Capital Planning)그룹도 확대·보강했다.

CMA는 미국에서 업종 간 영역을 허문 최초의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수익 단기자금에 운용,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증권계좌 기능은 물론 수표 발행을 위한 당좌 기능까지 포함시켰다. 1982년 200억달러였던 이 회사의 CMA 잔액은 2000년 7000억달러로 불어났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국내에서도 CMA가 소액결제 기능을 갖는 등 강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미국의 경험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메릴린치는 2000년대 들어서는 온라인을 통한 소매금융 부문을 확대했으며 2004년에는 ABN암로로부터 위탁매매 부문을 인수해 소매 부문을 더욱 강화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채권 사업은 물론 중국에서도 공격적인 투자은행 업무를 전개했다.

지난해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인해 자기매매 수익 비중이 크게 줄었지만 2006년에는 자기매매나 PI(34%) 자산관리(19%) 위탁매매(17%) 투자은행(13%) 등 전 업무영역에 걸쳐 고른 수익 비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