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시장에서 거액 자산가들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 일선을 뛰는 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의 목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거액 자산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있다. '부자 고객'의 자산을 얼마나 유지하고 잘 관리하느냐가 회사 전체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PB가 오래 전부터 터를 닦은 은행의 경우 상위 약 8% 고객의 수신액이 전체의 70%에 육박하고 수익의 60%를 차지할 정도다.

4일 삼성증권 PB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거액 자산가는 지난해 11만8000명에서 2010년 13만5000명,2015년에는 17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2003년 이후 5년간 이들 부유층의 증가율은 평균 16.5%에 달했다. 2003년 18.0%에 이어 2004년 10.5%,2005년 21.3%,2006년 14.1%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지난해도 18.9%나 됐다. 이 기간은 주식시장이 대세상승기에 진입하면서 국내외 펀드에서 높은 수익을 내며 새로운 부유층이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2011년부터는 부유층 인구 증가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까지의 저금리 추세 지속에 따른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가격의 급등이나 통화량 증가 속도가 앞으로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인구증가율도 둔화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이 증권사 정복기 PB연구소장은 "부유층 인구는 2010년까지는 연평균 8%가량 늘어나고 2011~2015년에는 연평균 5%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거액 자산가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는 2010년 300조원,2015년에는 36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PB연구소는 2006년 국내 부유층 금융자산을 전체 가계 순금융자산 중 부유층 비중(39.4%)을 따져 256조원으로 추정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2006년 국내 부유층이 보유한 금융자산을 이 연구소보다는 다소 적은 245조원으로 추정했다.

부자들의 투자자산 비중은 아파트가 보유 자산의 대부분인 일반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금융자산의 비중이 높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한 편이었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국내 부유층 자산은 부동산이 42%로 아태지역 국가 중 최고인 반면 주식은 13%로 가장 낮았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