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빚내서 주식하자는 연금과 K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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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 <논설위원 · 경제교육연구소장 jkj@hankyung.com>
힐퍼딩은 20세기 초반의 마르크스주의 경제이론가다. 정통 좌파들은 그가 마르크스를 왜곡했다는 악평을 내놓기도 하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그가 만들어낸 금융자본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재무장관을 지냈다. 악명 높은 사상 초유의 화폐 현상,다시 말해 초인플레의 시대 조건에서였다. 미국에서만도 한 해에 수백권씩 쏟아져 나오는 증권시장론이나 재무론 혹은 투자론 분야의 그 어떤 책보다 증권 투자자들에게 권할 만한 이 여름 한 권의 책이 바로 힐퍼딩의 '금융자본론'이다. 이 책을 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이나 한국투자공사(KIC)의 진영욱 사장에게 권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의 본질은 때로 시장에 가장 적대적인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더 잘 알 수 있는 법이다.
지난주 박 이사장은 2012년에는 전체 연금 자산의 40%를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M&A,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소위 대안투자도 늘리고 외국의 대형 IB(투자은행)를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캘퍼스의 수익률이 12.3%를 기록하고 있고 네덜란드 직역연금이 8.6%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참고해 수익률도 올리고 국민연금 고갈시기도 늦추어 보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한국투자공사는 지난 연초 2조원을 쏟아부었던 메릴린치 주식에 대한 투자 조건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연 9% 확정 배당을 포기하는 대신 고가의 우선주가 아닌 절반 가격의 보통주를 조기에 인수한다는 조건이다. 보통주라고는 해도 이 주식엔 웃기게도 경영권이 없다. 진 사장은 다행히도 평가손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지만 시장리스크에 전면 노출되는 지금의 조건이었다면 주식인수 자체가 용인되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처음부터 이면(裏面) 약정이 있었다면 이는 또 국민을 속인 것이다.
문제는 KIC가 주물럭거리는 돈도,국민연금이 동원하겠다는 자금도 모두 부채라는 것이다. 메릴린치 주식투자에는 외평채를 발행해 조달한 정부 부채가 투입되었다. 외평 기금을 외환시장 안정용이 아닌 주식 투자용으로 제멋대로 전용해도 좋은 것인지,또 그것이 합법적인지도 의문이지만 국가부채를 동원해 주식에 투자하는 이 고약한 상황을 이해할 방법부터가 없다. 투자의 철칙 중 하나가 바로 남의 돈 빌려서 하지 말라는 것인데 KIC는 무슨 근거로 국가의 빚으로 주식을 사들이는지 알 수 없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연금은 그 자체로 지급 일정까지 정해져 있는 거대한 부채 덩어리다. 만기구조를 갖는 자금을 만기 없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그 어떤 논리로도 맞지 않다.
평균적인 주식 수익률은 언제나 시장 이자율에 수렴한다는 것이 바로 힐퍼딩이 세웠던 공리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면 어떤 이자율도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의 합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법칙으로 연결된다. 그 어떤 초과수익도 알고 보면 리스크의 함수일 뿐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주식투자는 어떤 사람은 부자로 만들지만 모든 사람을 부자로 만들지는 않는다는 금언도 이를 말하는 것이다. 주가는 기업이 생산한 가치 이상으로 절대로 더 오르지 못한다는 것에 더 이상 무슨 긴 설명이 필요할 것인가.
박 이사장은 캘퍼스를 거론했지만 같은 시기에 자산을 모두 털어먹은 수도 없는 긴 명단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참여정부는 동북아 허브론과 금융 선진화라는 말로 월가의 투기세력을 정당화하는 소위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양극화 구조를 만들어왔다. 투기세력은 월가를 들먹이며 이명박 정부조차 포위하고 있다. "지금이 국제 IB를 사들일 절호의 기회"라거나 "싱가포르는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따위의 객장의 귀동냥을 그리워하는 자는 누구인가. 국민의 노후 자금과 나라 빚으로 증권투기를 할 수는 없다.
힐퍼딩은 20세기 초반의 마르크스주의 경제이론가다. 정통 좌파들은 그가 마르크스를 왜곡했다는 악평을 내놓기도 하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그가 만들어낸 금융자본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재무장관을 지냈다. 악명 높은 사상 초유의 화폐 현상,다시 말해 초인플레의 시대 조건에서였다. 미국에서만도 한 해에 수백권씩 쏟아져 나오는 증권시장론이나 재무론 혹은 투자론 분야의 그 어떤 책보다 증권 투자자들에게 권할 만한 이 여름 한 권의 책이 바로 힐퍼딩의 '금융자본론'이다. 이 책을 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이나 한국투자공사(KIC)의 진영욱 사장에게 권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의 본질은 때로 시장에 가장 적대적인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더 잘 알 수 있는 법이다.
지난주 박 이사장은 2012년에는 전체 연금 자산의 40%를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M&A,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소위 대안투자도 늘리고 외국의 대형 IB(투자은행)를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캘퍼스의 수익률이 12.3%를 기록하고 있고 네덜란드 직역연금이 8.6%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참고해 수익률도 올리고 국민연금 고갈시기도 늦추어 보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한국투자공사는 지난 연초 2조원을 쏟아부었던 메릴린치 주식에 대한 투자 조건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연 9% 확정 배당을 포기하는 대신 고가의 우선주가 아닌 절반 가격의 보통주를 조기에 인수한다는 조건이다. 보통주라고는 해도 이 주식엔 웃기게도 경영권이 없다. 진 사장은 다행히도 평가손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지만 시장리스크에 전면 노출되는 지금의 조건이었다면 주식인수 자체가 용인되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처음부터 이면(裏面) 약정이 있었다면 이는 또 국민을 속인 것이다.
문제는 KIC가 주물럭거리는 돈도,국민연금이 동원하겠다는 자금도 모두 부채라는 것이다. 메릴린치 주식투자에는 외평채를 발행해 조달한 정부 부채가 투입되었다. 외평 기금을 외환시장 안정용이 아닌 주식 투자용으로 제멋대로 전용해도 좋은 것인지,또 그것이 합법적인지도 의문이지만 국가부채를 동원해 주식에 투자하는 이 고약한 상황을 이해할 방법부터가 없다. 투자의 철칙 중 하나가 바로 남의 돈 빌려서 하지 말라는 것인데 KIC는 무슨 근거로 국가의 빚으로 주식을 사들이는지 알 수 없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연금은 그 자체로 지급 일정까지 정해져 있는 거대한 부채 덩어리다. 만기구조를 갖는 자금을 만기 없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그 어떤 논리로도 맞지 않다.
평균적인 주식 수익률은 언제나 시장 이자율에 수렴한다는 것이 바로 힐퍼딩이 세웠던 공리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면 어떤 이자율도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의 합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법칙으로 연결된다. 그 어떤 초과수익도 알고 보면 리스크의 함수일 뿐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주식투자는 어떤 사람은 부자로 만들지만 모든 사람을 부자로 만들지는 않는다는 금언도 이를 말하는 것이다. 주가는 기업이 생산한 가치 이상으로 절대로 더 오르지 못한다는 것에 더 이상 무슨 긴 설명이 필요할 것인가.
박 이사장은 캘퍼스를 거론했지만 같은 시기에 자산을 모두 털어먹은 수도 없는 긴 명단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참여정부는 동북아 허브론과 금융 선진화라는 말로 월가의 투기세력을 정당화하는 소위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양극화 구조를 만들어왔다. 투기세력은 월가를 들먹이며 이명박 정부조차 포위하고 있다. "지금이 국제 IB를 사들일 절호의 기회"라거나 "싱가포르는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따위의 객장의 귀동냥을 그리워하는 자는 누구인가. 국민의 노후 자금과 나라 빚으로 증권투기를 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