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비즈니스 찾아 지구촌 노크
신도시개발·원자재 등 투자대상 넓혀
'동남아 쏠림' 해소·리스크 관리 과제

자본시장통합 시대를 맞는 증권업계의 최대 화두는 해외 IB(투자은행)시장 개척이다. 국내에서는 무한경쟁으로 더 이상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 자칫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질 것이란 위기의식에서다. 당장 수익의 70% 가까이를 의존하는 주식 위탁매매시장만 해도 증권사가 새로 8곳이 신설돼 모두 62개사가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수익사업 발굴은 '발등의 불'인 형국이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 IB사업을 차세대 수익모델로 정해 '돈이 되는' 사업거리를 찾아 지구촌을 밑바닥부터 훑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아이디어를 구하러 직접 발로 뛰고 프로젝트를 실무단계에서부터 챙기며 사업방안을 만들 정도다.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은 "자통법 시행으로 출범하는 금융투자회사는 업무영역이 태생적으로 기존 증권사와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해외시장 진출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신도시 개발에서 부실채권까지

증권사들의 주 무대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정서적으로 친숙한 동남아시장이다. 그렇지만 최근들어 활동반경이 점차 남미 유럽 미국 등으로 넓혀지고 있다. 해외진출을 선도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연내 미국 영국 브라질에 현지법인을 추가로 세울 예정이다.

투자대상도 기업공개 등 주식·채권 관련사업에서 신도시 등 부동산 개발을 거쳐 최근에는 석탄 원유 등 실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와 첸나이 지역에 3만8000가구의 신도시급 주택단지를 짓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직접 건설하는 것은 아니고,인도 최대 부동산개발사인 DLF의 프로젝트에 8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방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영국과 일본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대만 3대 유선방송사업자인 TBC 지분 20%를 4200만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8월 브라질 이타우금융그룹과 업무제휴를 맺고 남미에서는 처음으로 브라질 선물거래소(BM&F) 공모주에 230만달러를 투자해 한 달여 만에 20%의 수익률을 올렸다.

투자 경험이 쌓이면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금융분야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독무대인 중국 NPL(부실채권) 경매시장에 나온 1000억원짜리 거액 매물을 오는 9월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때 론스타 등 외국자본이 국내 부실채권을 값싸게 사들인 뒤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매각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추진되는 비즈니스다.

그동안 IB사업 확대에 신중했던 삼성증권은 하반기부터 공격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다른 증권사들이 동남아 등 신흥시장으로 달려가는 것과 달리 아시아금융 중심지인 홍콩에서 글로벌 IB들과 정면 대결해 실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홍콩 법인의 자본금을 대폭 확충해 현지에서 유가증권 트레이딩을 시작하고 대규모 리서치센터도 만들 예정이다. 실력이 쌓이면 대형 해외 IB를 인수해 글로벌업체로 단숨에 도약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아직 걸음마단계…과제 산적

증권사의 해외 IB시장 진출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당장 IB사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유신 스탠다드차타드증권 사장은 "리스크 관리가 안 되면 일본 노무라증권의 실패처럼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안정적인 IB 수익원을 확보한 뒤 점차 리스크가 큰 사업으로 넘어가는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장 '쏠림현상'으로 중복·과잉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실력이 부족한 만큼 동남아시장 집중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업체마다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투자분야도 중복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모두 IB업체로 갈 수는 없는 만큼 전체적인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종구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앞으로 합종연횡을 통해 대형 IB를 탄생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