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에서 영역 확대되면 혼선
업계 "IB가 하는 일은 IB" 넓게 해석

대형 증권사들이 자본시장통합법을 계기로 '한국판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IB를 표방하며 수익사업 찾기에 고심하고 있지만 정작 'IB의 개념'이 무엇인지 헷갈린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여신(대출)과 수신(예금)업무가 중심인 은행들까지 투자가 본질인 IB를 지향하고 나서면서 혼선이 더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IB 개념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나 학술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없는 형편이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 등 기업관련 금융업무를 많이 하는 금융회사가 IB"라는 막연한 설명이 통용되고 있을 뿐이다.

한 대형사 IB본부장은 5일 "정부 차원에서는 물론 국내 및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서울IB포럼'에서도 지난해 10월께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하는 사람마다 의미가 달라 업계에서는 차라리 'IB업체가 하는 모든 비즈니스가 IB'라고 하는 게 낫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IB의 개념을 이해하려면 우선 국내 은행과 IB의 차이를 파악해야 한다. 국내 은행들은 여·수신 업무에 기반을 둔 상업은행이다. 따라서 대출로 받은 이자에서 예금에 지불한 이자를 뺀 '예대마진'이 가장 큰 수익원이어서 투자수익을 지향하는 IB와는 거리가 있다. 김범준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그룹장은 "상업은행들이 대출 원금을 떼이는 손실이 생기자 M&A 등에서 큰 수익을 올리는 해외 IB에 자극받아 M&A 자문업무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흉내내기' 수준에 불과할 뿐 IB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IB(투자은행)에 '은행'이란 말이 붙어 일부 오해가 있지만 IB는 상업은행처럼 여·수신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은행과는 다르다는 게 김 그룹장의 설명이다.

IB는 1차적으로 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금융 업무에 주력한다. 기업금융 업무는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 등 증권 발행·인수와 M&A 등의 자문이 양대 축을 이룬다. 이는 전통적인 좁은 의미의 IB 개념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업 등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자금을 조달해주기 위해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날씨 등 투자대상이 무엇이든간에 증권화시켜 거래되게 함으로써 유동성을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IB 업무에 포함되면서 IB 개념이 더 확대됐다. 서상훈 삼성증권 기업금융사업부장은 "증권사들이 단순 중개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회사 돈을 투자하는 자기자본투자(PI)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IB 업무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증권사가 모두 IB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위탁매매 수수료가 전체 수익의 70% 가까이 되는 증권사는 투자가 주 사업인 IB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성훈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부를 만한 IB라면 외국 대형 IB처럼 기업금융 부문 등이 위탁매매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