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 카운트다운] (4) 펀드판매시장 확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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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펀드 슈퍼마켓' 도입…돌풍 예고
판매수수료 절반 이하로 낮아질 듯
해외 펀드 시장에서는 온라인 판매업체들의 돌풍이 거세다.
미국에서 지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슈왑은 고객 자산 규모가 1조3000억달러(약 1300조원)로 미국 내 증권사 중 2위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판매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2010년엔 1위인 메릴린치를 따라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인터넷 전문 판매업체인 아이패스트(iFAST)란 소형 업체가 은행이 거의 독식해 왔던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 업체는 싼 판매 수수료와 국내외 50여개 자산운용사들이 개발한 다양한 상품을 무기로 개인은 물론 기업 연금까지 고객으로 대거 유치,존재가 미미했던 온라인 판매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7년 만에 1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국내 펀드 시장에서도 유사한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아이패스트와 같은 이른바 '펀드 슈퍼마켓'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개인도 펀드 슈퍼마켓 설립 가능
현재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은 열거주의에 따라 펀드 판매사를 증권사 은행 보험사 종금사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자통법은 10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판매 인력 등 요건을 갖추면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아 자유롭게 펀드를 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법인과 법무법인,회계법인은 물론 일반 개인도 요건만 갖추면 펀드 슈퍼마켓을 설립해 펀드를 판매할 수 있다.
펀드 슈퍼마켓은 자산운용사와 은행 증권 등 판매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독립형 법인'이다. 이에 따라 여러 회사의 펀드를 한데 모아 팔 수 있어 계열 회사 펀드 위주로 '단출한' 메뉴만 내놓고 있는 국내 은행과 증권사의 기존 온라인 쇼핑몰보다 훨씬 메뉴가 다양하다.
특히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은 판매 수수료를 기존 온라인 쇼핑몰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크게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마켓은 일반 투자자와 자산운용사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찰스슈왑이 선보인 펀드 슈퍼마켓 출현으로 지난 1980년대 2.5%에 달했던 주식형 펀드의 전체 비용이 최근 1.5%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 중 판매사가 챙겨 가는 수수료는 3분의 1인 0.5% 수준에 불과하다. 호주 역시 경쟁 심화로 판매 수수료가 0.8% 안팎까지 떨어졌다. 판매사에 연 1.5~2.0%의 보수와 수수료를 내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도 앞으로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우재룡 한국펀드연구소장은 "펀드 슈퍼마켓이 도입되면 판매사 간 경쟁이 치열해져 자연히 판매 수수료가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채널 다양해져
개인 고객들에게 투자 자문과 조언을 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독립재무설계상담사(IFA)들도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호주의 경우 투자자의 90%가량,영국은 약 47%가 IFA를 통해 펀드에 가입한다. 미국도 펀드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IFA와 상담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IFA는 특정 금융회사에 소속돼 있지 않으며 수수료와 수익률 등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판매사와 펀드 슈퍼마켓을 고객에게 소개해 준다"고 설명했다. 우재룡 소장은 "일부 IFA들은 아예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고 투자 자문과 상담에 대한 보수만 받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자통법이 자리 잡으면 계열 운용사 상품의 '몰아 주기' 행태도 줄어들게 된다. 현재 일부 판매사의 경우 계열 운용사 판매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하지만 펀드 슈퍼마켓이 활성화되고 IFA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 계열사 상품에 의존하는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신상품도 쏟아질 것
자통법은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판매를 허용해 투자자들의 상품 선택 범위가 대폭 넓어지게 된다.
그동안 국내에선 금지됐던 헤지 펀드도 내년부터 선보이게 된다. 주식을 사 놓고 주가가 오르기만 기다리는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와 달리 헤지펀드는 오를 종목은 레버리지를 동원해 더 사고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공매도하는 롱숏 전략 등을 활용해 시장 상황에 상관 없이 일정한 수익을 추구한다.
투자 대상의 제한도 없어져 날씨나 탄소 배출권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품도 가능하다. 주식과 실물 부동산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자산을 섞을 수도 있다. 가령 항공주,운송주 등 유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주식을 유가 파생상품 등과 결합시켜 유가 변동에 중립적인 펀드를 고안해 낼 수도 있다. 현재 공모 펀드의 레버리지 한도를 자산의 200%로 제한한 규정도 없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별로 위험 선호도에 맞춘 다양한 상품이 예상된다. 홍창표 한국투자증권 상품기획팀장은 "증권사나 운용사가 만들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어지므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시장과 소비자에게 통하는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회사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판매수수료 절반 이하로 낮아질 듯
해외 펀드 시장에서는 온라인 판매업체들의 돌풍이 거세다.
미국에서 지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슈왑은 고객 자산 규모가 1조3000억달러(약 1300조원)로 미국 내 증권사 중 2위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판매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2010년엔 1위인 메릴린치를 따라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인터넷 전문 판매업체인 아이패스트(iFAST)란 소형 업체가 은행이 거의 독식해 왔던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 업체는 싼 판매 수수료와 국내외 50여개 자산운용사들이 개발한 다양한 상품을 무기로 개인은 물론 기업 연금까지 고객으로 대거 유치,존재가 미미했던 온라인 판매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7년 만에 1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국내 펀드 시장에서도 유사한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아이패스트와 같은 이른바 '펀드 슈퍼마켓'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개인도 펀드 슈퍼마켓 설립 가능
현재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은 열거주의에 따라 펀드 판매사를 증권사 은행 보험사 종금사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자통법은 10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판매 인력 등 요건을 갖추면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아 자유롭게 펀드를 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법인과 법무법인,회계법인은 물론 일반 개인도 요건만 갖추면 펀드 슈퍼마켓을 설립해 펀드를 판매할 수 있다.
펀드 슈퍼마켓은 자산운용사와 은행 증권 등 판매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독립형 법인'이다. 이에 따라 여러 회사의 펀드를 한데 모아 팔 수 있어 계열 회사 펀드 위주로 '단출한' 메뉴만 내놓고 있는 국내 은행과 증권사의 기존 온라인 쇼핑몰보다 훨씬 메뉴가 다양하다.
특히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은 판매 수수료를 기존 온라인 쇼핑몰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크게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마켓은 일반 투자자와 자산운용사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찰스슈왑이 선보인 펀드 슈퍼마켓 출현으로 지난 1980년대 2.5%에 달했던 주식형 펀드의 전체 비용이 최근 1.5%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 중 판매사가 챙겨 가는 수수료는 3분의 1인 0.5% 수준에 불과하다. 호주 역시 경쟁 심화로 판매 수수료가 0.8% 안팎까지 떨어졌다. 판매사에 연 1.5~2.0%의 보수와 수수료를 내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도 앞으로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우재룡 한국펀드연구소장은 "펀드 슈퍼마켓이 도입되면 판매사 간 경쟁이 치열해져 자연히 판매 수수료가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채널 다양해져
개인 고객들에게 투자 자문과 조언을 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독립재무설계상담사(IFA)들도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호주의 경우 투자자의 90%가량,영국은 약 47%가 IFA를 통해 펀드에 가입한다. 미국도 펀드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IFA와 상담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IFA는 특정 금융회사에 소속돼 있지 않으며 수수료와 수익률 등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판매사와 펀드 슈퍼마켓을 고객에게 소개해 준다"고 설명했다. 우재룡 소장은 "일부 IFA들은 아예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고 투자 자문과 상담에 대한 보수만 받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자통법이 자리 잡으면 계열 운용사 상품의 '몰아 주기' 행태도 줄어들게 된다. 현재 일부 판매사의 경우 계열 운용사 판매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하지만 펀드 슈퍼마켓이 활성화되고 IFA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 계열사 상품에 의존하는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신상품도 쏟아질 것
자통법은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판매를 허용해 투자자들의 상품 선택 범위가 대폭 넓어지게 된다.
그동안 국내에선 금지됐던 헤지 펀드도 내년부터 선보이게 된다. 주식을 사 놓고 주가가 오르기만 기다리는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와 달리 헤지펀드는 오를 종목은 레버리지를 동원해 더 사고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공매도하는 롱숏 전략 등을 활용해 시장 상황에 상관 없이 일정한 수익을 추구한다.
투자 대상의 제한도 없어져 날씨나 탄소 배출권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품도 가능하다. 주식과 실물 부동산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자산을 섞을 수도 있다. 가령 항공주,운송주 등 유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주식을 유가 파생상품 등과 결합시켜 유가 변동에 중립적인 펀드를 고안해 낼 수도 있다. 현재 공모 펀드의 레버리지 한도를 자산의 200%로 제한한 규정도 없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별로 위험 선호도에 맞춘 다양한 상품이 예상된다. 홍창표 한국투자증권 상품기획팀장은 "증권사나 운용사가 만들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어지므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시장과 소비자에게 통하는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회사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