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에 해외투자 연계…성장 길 찾아야"

자본시장통합법은 자본시장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맞춰 증권사들의 체질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대형 IB(투자은행)로 가기 위한 '경쟁력 키우기'가 화두다. 한국형 IB 모델을 어떻게 정해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글로벌 IB들과 맞설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로 키워갈 것인지가 현안이다. 한국경제신문은 7일 '한국 IB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5개 대형 증권사의 IB 담당 본부장들이 참석한 좌담회를 열었다. 사회는 문희수 증권부장이 맡았다.


△사회=자통법 시행을 계기로 증권사들의 해외 IB사업이 활발하다. 기존 영업 방식으로는 성장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다. 다만 투자가 아시아 시장에 몰리는 '쏠림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건표 대우증권 IB사업추진단장=아시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분명히 기회가 많다. 그 중에서도 동남아국가와 중국이 우리의 투자 대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직 글로벌 IB들은 아시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국내 금융업체들이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리스크도 크지만 IB 투자가 본질적으로 '고위험·고수익'을 지향하는 만큼 아시아 IB로 나가야 한다.

△이계천 굿모닝신한증권 IB본부장=62개 증권사가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해외 시장 진출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대형 증권사라도 투자 가능한 자기자본이 2조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자주 오갈 수 있고,금융 시스템 등이 우리보다 낙후돼 있어 국내 업체가 경쟁력이 있다. 예컨대 베트남 캄보디아 등은 아직 글로벌 IB들의 관심이 없다. 국내 업체들이 선점해야 한다. 골드만삭스 등이 과거 한국에서 큰 이익을 올렸던 것처럼 우리도 충분히 아시아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서상훈 삼성증권 기업금융사업부장=아시아에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들도 있다. 이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 홍콩은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이 향후 생존을 위해서라도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지역이다. 국경을 초월해 이뤄지는 국제 대형 'IB 딜(거래)'에서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홍콩 등에 탄탄한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 대형 증권사들이 선도적으로 아시아로 뻗어나가면 중·소형사들이 국내에서 경쟁을 통해 살길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아시아 시장이 '기회의 땅'이라지만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특정 지역에 투자가 중복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김범준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그룹장=국내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5조~10조원은 돼야 글로벌 IB들과 겨룰 만하다. 그때까지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시아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글로벌 IB들은 수억달러 정도를 벌기 위해 베트남에 뛰어드는 것을 아직 주저한다. 위험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정도의 리스크는 떠안을 수 있다. 기대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에 진출한 것도 위험 파악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판단에서다.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국내 증권사들은 위탁매매업자로 출발해 아직 IB로서의 틀이 덜 갖춰져 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게 마련이다. 국내에서 먼저 IB의 틀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본다. 국내 경험 없이 해외에서 처음 시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 단장=해외 IB 투자에서 중복 투자와 과당 경쟁 문제는 현 수준에서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문제가 생겨도 자율적으로 해소하고 있다. 물론 지나친 '쏠림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

△서 부장=아직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한 투자에 회사 자금이 아닌 고객 자금부터 집어넣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원하는 일반 투자자들도 많지만 초기에는 자기자본투자(PI)나 사모투자를 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실패 사례를 공유해 국가적인 낭비 요인을 없앨 필요도 있다. 자신없는 지역과 분야에는 섣불리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골드만삭스는 전체 수익에서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메릴린치는 자산관리 등 리테일(소매)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한국형 IB' 모델은 어떤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이 본부장=IB를 통해서 리테일을 강화해야 한다. IB와 리테일의 동반 성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IB를 통해 만든 다양한 금융상품을 리테일 영업망을 통해 팔고,또 국내외 영업망에서 IB 투자 대상을 발굴해야 한다. 무작정 영업점 수를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탄탄한 영업망이 없으면 IB에서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

△정 대표=회사 규모는 크지만 금융 노하우가 부족한 중국 증권사들은 내수 기반이 워낙 강하다는 것만 믿고 마치 덩치만 큰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덤비는 것처럼 미국 시장을 넘보고 있다. 우리도 '뒷마당(국내 시장) 관리'부터 철저히 해야 해외에서 잘 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을 확실히 다져놓고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한다.

△김 그룹장=자통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62개 증권사가 모두 금융투자회사가 될 필요는 없다. 또 자통법의 목표가 대형 IB를 만드는 것인 만큼 설사 해외 IB 투자에서 몇몇 회사가 판단 잘못으로 퇴출 위기를 맞는다고 해서 과거처럼 이를 빌미로 업계 전체를 규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