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R 규제 완화 시급…대형화 유도 정책 필요

증권사들이 글로벌 IB를 목표로 의욕적인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험이 적은 데다 투자자금 여력도 넉넉지 않고 인력마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금융투자회사를 만든다'는 자본시장통합법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더 과감하게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당장 증권사에 적용하고 있는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자통법 시행령에서 NCR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BIS(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 기준을 적용받는 은행권보다 엄격해 버거운 경쟁 상대인 글로벌 IB들에 비해 크게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NCR는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감독하기 위해 도입한 지표다.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자산의 총 위험액으로 나눠서 산출한다. 150%를 밑돌 경우 금융당국은 부실 우려가 있다고 보고 '경영개선 권고' 등의 조치를 내린다.

이찬근 하나IB증권 사장은 "NCR 규제가 너무 촘촘해 위험 가중치가 높은 부동산에 몇 건 투자하고 나면 투자 여력이 급속히 떨어진다"며 "추가적인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계천 굿모닝신한증권 IB본부장은 "BIS 비율로 건전성을 규제하는 은행은 증자로 얻을 수 있는 투자 여력이 확충한 자본금의 10여배에 달하지만 증권사는 NCR 규제 때문에 증자 효과가 3~4배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자본의 효율성이 떨어져 증자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투자은행업을 제대로 활성화시키려면 NCR 규제를 절반 이하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위험액 산출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승국 하나IB증권 전무는 "해외법인 출자금이 전부 주식으로 분류돼 높은 위험액을 적용받는 것은 과도하다"며 투자 자산별 위험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윤모 리딩투자증권 IB담당 부사장은 "투자기간이 길면 위험액이 크게 높아지는 구조여서 자기자본투자(PI) 때 1년 이내의 단기 투자에 집착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깃발'을 들고 증권업계 전체를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는 '선단식' 정책도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설사를 포함,62개에 달하는 증권사들이 나름의 전문성을 갖고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 소유 증권사를 합병하는 등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며 "선단식 정책 대신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많다. 김석 삼성증권 부사장은 "글로벌 IB들의 성장사는 '합병(M&A)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대형화와 전문화한 증권사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