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두둔하면서 반(反) 이스라엘 입장을 취해온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3일 세계유대인회의(WJC) 지도자들과 만나 중동 정치에 대한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반 유대주의에 맞서 협력하고 다양한 대화창구들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마이클 쉬나이더 WJC 사무총장은 "차베스 대통령과 이란과 중동문제에서 견해차가 있을 수 있으나 반 유대주의에 대해서는 견해를 같이 했다"고 밝히고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이 반 유대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WJC 지도자들과의 회동이 "매우 중요한 만남이었다"고 평가했으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차베스 대통령은 현재 공사가 최고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는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에 대사를 파견하는 문제를 검토하겠으며 국내외 유대인들의 대화, 다른 종교인들 사이의 대화 등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쉬나이더 사무총장은 전했다.

잭 테르핀스 WJC 남미지부장은 "이번 회동을 계기로 지구촌 유대인들은 차베스 대통령과 보다 광범위한 평화를 유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그동안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 동정적 입장을 취하면서 이스라엘을 비난해 왔다.

특히 지난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습한 것을 나치스의 유대인에 대한 '대학살'과 유사하다고 비난하고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철수시키는 한편 외교관계 단절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난은 유대인 전체를 악마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베네수엘라 국내 거주 유대인들과의 관계는 "열려 있으며 우호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3월 차베스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악마화하는 발언과 관련하여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그동안 1만6천여명의 유대인이 거주해 왔으나 지난 10년 사이에 외국이주 사례가 증가하면서 현재는 1만2천~ 1만6천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거주 유대인들은 작년 12월 치안당국이 불법무기를 찾는다며 유대인 시설을 강제적으로 수색한 것을 비난하는 한편 유대교 회당 벽에 '팔레스타인 살해자', '유대인들은 물러가라' 등의 낙서가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

(카라카스 AP=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