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없어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층이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탓도 있지만 기업들의 인력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고학력자를 양산하는 대학교육이 낳은 구조적 병리 현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청년층(15~29세) 실업자는 33만4000명에 달했다. 통계청은 또 공식적인 실업자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실업 상태인 취업 준비자가 61만명이라며 이 가운데 80%(48만8000명) 이상이 15~29세라고 추산했다. 게다가 고용동향 조사 기간 중 구직활동은 물론 취업 준비조차 하지 않고 '쉬었다'고 답한 청년층도 22만명이었다. '청년 백수'가 적어도 104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청년 백수 100만명 시대를 만들어낸 구조적인 요인은 취업 준비생들의 눈높이와 기업들의 눈높이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들은 자기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학원이나 도서관으로 몰려가면서 '고시 낭인'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취업 준비자가 1년 새 무려 16만1000명 늘어났다는 것이 그 증거다. 실업자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오히려 2만2000명이나 줄었고 '쉬었음'이라고 말하는 인구가 3만6000명이나 감소했는데도 취업 준비생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기술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70만명에 이를 정도로 폭증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있는데도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더 많이,더 쉽게 고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해야 할 정도로 인력 수급의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원하기만 하면 대학을 갈 수 있었던 세대가 청년층의 주류로 성장하면서 누구나 '대졸자에 어울리는 직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구직과 구인 간 미스매칭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대책이라고 백번 만들어봤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교육 체제와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의식을 바꾸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