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유동성 위기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책당국은 "가능성이 낮다"며 위기설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위기설을 뒷받침하고 있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위기설,왜 나오나

'9월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것은 9월 외국인 보유채권의 만기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가운데 최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현재 외국인 보유채권 중 9월 만기도래분은 67억1000만달러에 달한다. 통상 외국인 보유채권의 월별 만기도래액이 10억~15억달러 안팎이라는 점에 비하면 규모가 큰 셈이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계속 투자한다는 보장만 있다면 만기도래분이 많다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속되면서 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지난해 365억달러를 순매수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5월까지는 163억달러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매도 우위로 전환,6~7월에는 42억달러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채권 투자자금이 일시에 대거 유출될 경우 금융시장은 물론 외환시장이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정책당국 "가능성 낮다"

위기설이 번지자 한국은행은 27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의 유출 가능성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위기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한은이 제시한 근거는△외국인이 8월에 채권시장에서 순매수로 전환했고 △9월 만기도래하는 외국인 채권규모가 지난 5월 조사 때 84억달러에서 최근에는 67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내외금리차 확대 등으로 차익거래 가능성이 높아 잔존 물량도 상당수 재투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 보유채권 중 만기도래 금액이 41억달러에 달했던 지난 3월에도 외국인 채권투자가 56억달러나 이뤄지면서 별 탈 없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7월에 외국인 채권투자가 크게 감소했지만 국내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도 '9월 위기설은 과장이며 근거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그래도 불안"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가능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불안 요인이 여전하며 최근 들어 불안 심리가 더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속되면서 외국인이 주식에 이어 채권에서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고 기업들의 차입조건도 악화되고 있는 데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마저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 급등도 '외국인 채권매도→본국에 자금송금을 위한 환전 수요→원ㆍ달러 환율 급등→환차손 회피를 위한 외국인의 채권시장 이탈 가속화'라는 시나리오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9월 위기설의 근저에는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깔려 있다"며 "지금보다 신용경색이 심해지면 문제가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은 신뢰가 핵심"이라며 "위기설이 반복되고 시장 참여자들이 부화뇌동하면 현실화될 수도 있다"며 정책당국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