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팀 =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 지출 비용이 큰 기업들은 환차손 관리 및 달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 항공 등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타격이 큰 업종의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1천100원 이상으로 급등하자 긴급 환운용 전략 점검에 나서는 한편 달러를 가능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원료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정유업계는 환율이 상승할수록 제품 수출 증대를 통해 달러를 확보, 자연적인 환헤지가 이루어지도록 애쓰고 있으며 항공업계는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여객 및 화물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에너지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SK에너지는 자체 환관리협의회와 산하 실무위원회를 두고 국제 금융시장 동향에 맞춘 환운용 전략을 수립, 시행 중이다.

SK에너지는 상반기에 적용해온 환운용 전략에서 특별히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환율에 전에 없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분기 말 현재 SK에너지의 달러표시 외화자산과 부채는 각각 28억6천달러, 68억7천달러로 환위험에 노출된 규모(부채-자산)는 약 40억 달러다.

이 중에서 외화 장기부채인 9억 달러에 대해서는 환헤지를 해놓은 상태라 31억달러가 환율변동에 노출돼 있다.

SK에너지가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기는 부분은 수출이 전체 매출의 50∼60%를 차지하고 있어 자연적으로 환헤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또한 3분기 들어 유가하락 폭이 커지면서 외환위험노출이 줄었고 유가의 하락 폭이 환율의 상승 폭보다 큰 점도 환 충격을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속적인 원유 확보를 위해서는 달러확보가 필수적인 GS칼텍스는 현재까지는 달러 확보에 어려움이 없지만, 향후 자금시장 유동성 악화시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GS칼텍스는 현재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여 보수적인 자금계획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5년 8월부터 매분기 항공유와 달러 소요량의 일정 비율을 선물 시장에서 매입하는 헤지를 시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 832억원의 환차손을 입었지만 헤지 관련 이익 685억원으로 손실을 상쇄했고, 유류비도 30% 정도를 헤지해 8월까지 900억원을 절감했다.

지난해에는 B777-200ER 항공기 2대를 원화 표시 금융 리스로 들여오는 등 달러 지출도 최소화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해외 영업을 강화해 달러 확보에 애쓰고 있다"며 "항공기 구매나 임차시 달러 계약 보다는 원화 계약을 많이 유도하고 연료 대금 등 비용도 계약 상황을 고려해 지급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해외 지역 수입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해외 공항에서 환승 수요를 늘리기 위해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환적화물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또 예상 지출의 30% 정도를 헤지해 손실에 대비하고 있지만, 헤지 비율을 확대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는 환율의 급격한 상승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며 수출기업들이 신중하게 전략을 짜서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무역협회는 환율이 달러당 1천116원까지 폭등한 데는 8월 무역수지 적자 발표와 주가 하락, 정유사 결제 수요 등이 몰렸기 때문이라면서 전반적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환율 상승의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안정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환헤지나 달러 보유는 피할 것을 권고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적정 환율은 시장의 수급 상황에 맞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지금은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면서 "오늘의 경우 달러를 매수할 수 있는 요인이 모두 몰린 상황인데다 심리적인 요인까지 겹쳐 폭등했기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