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0.2%…기업실적·고용 악화로 소비위축 악순환 우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여파로 민간소비가 4년 만에 줄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소폭 개선됐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돼 내수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08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4년 2분기(-0.1%) 이후 4년 만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작년 3분기 1.3%,4분기 0.8%,올해 1분기 0.4% 등 가파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잠정치는 한은이 지난 7월 하순 발표했던 속보치에 비해 소비 위축이 더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속보치에선 2분기 민간소비가 전 분기 대비 0.1%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물가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용사정 악화,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소비 여력이 줄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문제는 민간소비 위축이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소비 위축→기업 실적 악화→고용 악화→소비 위축'의 악순환이 현실화될 수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경기도 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앞으로 소비가 더 악화되고 그 결과 내수경기가 크게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간소비 감소 등의 여파로 2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0.8%,전년 동기 대비 4.8% 성장에 그쳤다. 한은이 '2008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분기 경제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1.0%,전년 동기 대비 5.0%로 전망했던 것보다 부진한 성적표다.

투자 측면에선 건설투자 부진이 특히 심각했다. 건설투자는 1분기(-1.4%)에 이어 2분기(-1.0%)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운수장비 투자가 감소했지만 기계류 투자가 늘어 전 분기 대비 0.9% 증가했다.

실질 GNI는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1.2% 감소했지만 2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1.2% 증가했다. 고유가로 제품가격이 올랐지만 석유제품 등 수출제품 가격도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덕분이다.

하지만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데다 가계부채 증가,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실질 소득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