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이면 1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이 발행된다. 그 결과에 따라 증시를 비롯한 우리 금융시장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국내외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상황이다.

당초 우려와 달리 발행여건은 예정된 일자가 다가오면서 호전되고 있다. 9월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했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를 가장 보수적으로 봐왔던 미국의 무디스사가 9월 위기설을 적극 부인하고 신용등급을 유지한 것이 외평채 발행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매력도에 있어서도 외평채는 불리하지 않다. 갈수록 국제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자산 가운데 외평채는 달러나 달러표시 자산보다는 못하겠지만 금이나 유로화 등에 비해선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긴 하지만 외평채 발행에 앞서 계획하고 있는 주요 금융시장에서 한국경제 설명회(IR)를 통해 국제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안들을 풀어줄 경우 사전정지 작업도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세 가지 요인을 감안하면 외평채가 성공적으로 발행되느냐 여부는 인터넷상에 일부 비관론자들이 생각하는 만큼 우려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아무리 국제 금융시장이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자산가격의 조정과정에서 신용경색 현상을 겪고 있다 하더라도 또 다른 투자처를 찾는 자금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평채 발행 여부보다 더 중시해서 바라봐야 할 것은 외평채 발행시 가산금리가 얼마나 붙느냐 하는 점이다. 해외자금 조달시에는 기준금리에다 가산금리가 붙어 조달금리가 확정된다. 가산금리가 높게 붙는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자금조달 국가를 안 좋게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쉽진 않지만 최근 우리와 비슷한 국가에서 국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사례로 볼 때 '가산금리 2%포인트'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 수준 밑으로 가산금리가 결정돼 외평채 발행에 성공할 경우 증시를 비롯한 국내 금융시장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크게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로 이 수준보다 높게 발행될 경우 9월 위기설은 넘기겠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발행 이전보다 크게 호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가산금리 2%포인트 밑에서 발행될 가능성은 50% 정도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상인지 모르지만 최근 국제 자금조달 시장의 차입여건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이미 우리 정책당국이 전략을 짜놓았겠지만 이번 외평채 발행 시에 모기지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종전의 주고객이었던 미국 등 선진국보다 자금사정이 풍부한 이슬람 금융권이나 자원 부국,외환보유액이 넉넉한 국가에 속한 투자자나 국부펀드를 대상으로 한국경제IR를 별도로 하거나 이들을 집중 공략하면 예상 밖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국제 자금사정이 어렵다 하더라도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대기성 자금이 많은 데다 중동의 오일 머니와 외환보유액을 자금 원천으로 하는 투자자와 국부펀드들은 지금처럼 자산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외평채와 같은 안전한 국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외평채 발행이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돼 9월 위기설로 크게 혼란을 겪고 있는 증시를 비롯한 국내 금융시장이 정상을 찾는 안전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