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사태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러시아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재검토하는 상황에서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러시아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외채가 45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많은 러시아 기업들이 자금조달 비용이 점차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자금조달을 미루고 있지만 현재 만기를 기다리고 있는 외채가 145억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트로이카 다이알로그의 킹스밀 본드 투자전략가는 "이미 신용등급이 낮은 러시아 회사들은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 길이 막혔으며 우량 회사라도 조달금리가 2∼3%포인트 급등했다"고 전했다.

FT는 부채가 많은 소규모 은행들은 부채를 연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이 경우 일부 채권과 대출 등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금융가에선 러시아 스탠더드은행이 해외에서 2억달러를 조달하려 하지만 투기등급이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또 다른 투기등급 러시아 은행인 홈 크레디트&파이낸스 뱅크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러시아의 대형 국영은행인 스베르뱅크와 VTB그룹은 최근의 신용경색 폭풍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VTB의 크리스토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규모가 작은 금융회사들은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러시아의 정치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서방 투자자들은 러시아가 부채 상환을 정치적 목적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