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수 부추겨 침체확산 막아야"

"미국의 금융불안은 2010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그때까지 집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잉 유동성에 의한 버블(거품)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위기가 끝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 '

미스터 엔'으로 유명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67)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미국의 금융위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때문만이 아니라 과잉 유동성에 의한 부동산ㆍ금융 버블에서 비롯된 만큼 그 원인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금융불안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7일 오후 일본 도쿄 아카사카에 있는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하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진단하나.

"이번 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때문만은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증권화 상품 가격이 일시에 떨어지면서 대형 투자은행들이 큰 손해를 입은 것이다. 1위 골드만삭스와 2위 모건스탠리도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 "

―미국 정부가 AIG에 대한 구제금융을 결정해 17일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됐는데.

"AIG에 대한 구제금융은 시장 파탄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구제금융으로 AIG는 당장 파산하는 건 피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자체가 해소됐다고 볼 순 없다. "

―미국의 금융위기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나.

"2년 정도는 더 갈 것이다. 금융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주택값 하락이다. 기술적 지표로 분석해 보면 미국의 집값 하락은 2010년 5~6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이어질 것이고 이런저런 위기가 터져 나올 것이다. "

―위기 해소를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어려운 문제다. 지금은 2차 세계대전 후 최대 금융위기다. 그동안 진행된 증권화ㆍ파생상품화 등의 부작용이 터져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더욱 치유가 어렵다.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한다고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미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떼돈을 벌던 투자은행이 지금 어려워졌다고 세금을 쓴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금융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까지 확대될 정도라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모든 부실 금융사를 국민 세금으로 구제할 순 없다. "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어떤가.

"금리 인하는 별 효과가 없다. 위기의 원인은 유동성 문제이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다. 금리 인하는 상징성 외에는 의미가 없다. "

―세계 금융불안에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실물경제가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개별 국가가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용 악화 등으로 실물경제가 침체되지 않도록 내수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

―이번 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결국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투자은행들은 적은 자기자본으로 돈을 빌려 너무 위험한 투자에 몰두해 왔다. 고위험 투자를 한 만큼 큰 수익을 얻기도 했지만 지금은 큰 손실을 입고 파탄 지경에 이른 것이다. 당분간 미국식 투자은행 모델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