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이사철에도 북적대는 주택시장은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정부가 8·21 대책,9·1 세제개편안 등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연이어 내놨으나 시장 반응은 무덤덤하다.

마케팅컨설팅 업체인 우영D&C 조우형 사장은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 여파로 매수세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데다 대책들이 실제 반영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거래 공백이 오히려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 주택시장에서는 '극보수'가 돼라


전문가들은 현재의 관망세가 올해 안에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집을 살 사람과 팔 사람 모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19일에 또 발표할 예정이지만 시행 중이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매수 시기의 대세는 내년 상반기 이후다. 연말까지는 집값이 들썩일 가능성이 적다. 경기 한파가 만만치 않고 이자도 비싸기 때문이다. 미리부터 집을 장만해서 대출이자를 손해볼 이유가 없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열흘 간격으로 나온 부동산 대책은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8·21 대책은 재건축 규제 합리화,분양가 상한제 개선,수도권 전매제한 완화 등 주택업계가 요구해온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지만 집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8·21 대책이 나온 다음 주 서울 아파트 값은 0.03% 하락했다. 전매제한이 7년에서 3년으로 대폭 줄어든 김포 한강신도시 우남퍼스트빌은 1193가구 모집에 순위 내 청약 신청자가 763명에 그쳐 경쟁률은 0.64 대 1를 기록했다.

양도소득세 감면을 내세웠던 9·1 세제개편안은 국회 통과가 남아 있고 당장 시행되는 것도 아니어서 훈풍을 기대하기 어렵다. 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은 2주 연속 떨어졌다. 게다가 9·1 세제개편안은 양도세 비과세 기준에 수도권 3년,지방 2년을 추가하는 방안까지 포함됐다. 가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의도지만 미분양 사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수요자들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내집 마련이나 투자에 나설 때는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수요자도 무리한 대출은 금물
자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들의 저가 매수의 기회가 왔을 때 결단을 내릴 필요도 있다. 하지만 무리한 대출은 금물이다. 자금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

소형 아파트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 물량을 고려해볼 만하다. 서울 강북권에서는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급매 위주로만 접근해야 한다. 서울 강남권은 재건축 규제가 가시적으로 완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지만 틈새 시장은 노려볼 만하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T공인 관계자는 "반포자이(반포주공3단지)와 반포래미안(2단지) 등 강남권 입주단지에는 급매로 제시한 가격보다 조금 더 깎을 수 있는 아파트 매물들이 상당히 많다고 귀띔했다. 실수요자라고 해도 만약을 대비해 9·1 세제개편안이 국회에서 원안 그대로 통과되면 의무 거주 기간이 늘어나거나 추가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신규 분양 단지 가운데는 판교 광교 위례(송파)신도시 서울 재개발 아파트 등이 유망 물량으로 꼽혔다. 연말까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일반 분양하는 물량은 4만4988가구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반포래미안과 용산구 용산역 인근 물량이 관심이다. 경기에서는 광교신도시가 첫 분양(1188가구)에 나선다. 판교신도시의 마지막 물량 948가구도 다음 달 공급된다.

상가·토지시장은 여전히 흐림

고금리 여파로 수익형 부동산시장은 인기를 잃었다. 특히 상가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가업계 관계자는 "상가에서 나오는 월세가 금융비용보다 적어져 투자 메리트를 상실한 것이 사실"이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단지 내 상가라도 섣불리 뛰어들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시장도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세 중과(60%) 결정 이후 아예 움직임이 없다. 땅에 투자해서 돈을 벌겠다는 수요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오피스텔은 그나마 청약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상품이다. 역세권과 대학가 주변 오피스텔은 월세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22일부터 공급하는 오피스텔은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되팔 수 없다. 하지만 임대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면 분양권 전매 금지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