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1,2위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생존에 성공했다. 미 정부의 구제 덕분이다. 미 재무부는 두 회사의 은행지주사 전환 허용으로 살 길을 터줬다. 두 회사마저 무너뜨리면 미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이미 베어스턴스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등 투자은행 '빅5' 중 '빅3'가 문을 닫거나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상업은행에 합병된 처지다. 이로써 월가에서 독립 투자은행 시대는 막을 내렸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기존 투자은행 영역에다 합병이나 신설을 통해 상업은행을 자회사로 두는 종합금융그룹으로 활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산업에서 투자은행 모델은 지고 전통적 예금.대출과 투자 업무를 함께 하는 종합금융업 모델이 뜨고 있다.




◆왜 이 지경까지 왔나

차입을 통한 달콤한 돈벌이의 중독성을 넘어서지 못한 탓이다. 여느 투자은행과 같이 두 회사도 단기자금을 대거 빌려(레버리지) 주택저당증권(MBS)을 비롯한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려왔다. 시장이 좋을 때 얘기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닥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막대한 레버리지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일반 상업은행들의 차입 비율이 자본금 대비 평균 10배인 데 비해 모건스탠리는 무려 33배,골드만삭스는 28배에 달했다. 상업은행이 빌린 돈으로 투자해 10억달러를 잃는다면 투자은행은 2∼3배인 20억∼30억달러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치다.

하지만 이들은 리스크를 안고 베팅을 하면서도 충분한 현금을 쌓아두지 않았다. 차입 비율을 낮추려고 했으나 신용경색이 심화돼 자산가치는 더욱 하락했다. 대형 헤지펀드 등 주요 고객들은 위탁 자산을 빼내 상업은행으로 옮기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레버리지에 중독돼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사가 되면

이런 처지에 몰린 모건스탠리는 내부적으로 수개월 동안 금융지주회사로의 변신을 논의해 왔다. 골드만삭스도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는 않았으나 고민해 온 흔적이 역력하다. 더욱이 리먼브러더스가 한순간에 가는 상황을 목도했다.

금융지주회사는 상업은행을 신설하거나 상업은행을 인수해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정부로선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 상업은행은 예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두 회사는 그만큼 유동성을 확충할 수 있게 된다. 씨티그룹 UBS 와코비아 등 상업은행도 모기지증권에 손을 댔으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예금이 완충작용을 해서다. 보유 자산도 시가평가가 아닌 장부가로 평가할 수 있다.

대신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은행연합회 등의 강력한 규제 아래 놓이게 된다. 예금자 보호규제는 물론 자기자본 확충 기준 등 재무 건전성과 투명성을 감독받게 된다.

양사는 점포 확보를 위해 경영이 어려운 지방은행 인수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와코비아와의 제휴 협상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중국 중신그룹 등과의 협상은 이번 지주사 전환으로 물 건너간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씨티 BOA JP모건체이스 등과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일 전망이다.

이로써 지난 75년간 미 금융가를 대표해왔던 투자은행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또 1933년 제정된 뒤 1999년 폐기된 글래스-스티걸법은 완전히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간 업무를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투자은행이 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