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은 아직 연체율이 선진국에 비해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체 증가 속도가 생각보다 빠른데다 중기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돼 은행에 적지 않은 리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0.78%였던 A은행의 연체율은 8월 말 1.05%로 두 달 만에 0.27%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말(0.65%)과 비하면 0.4%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B은행의 연체율도 6월 말 0.57%에서 8월 말 0.85%로 0.28%포인트 올랐고,같은 기간 C은행의 연체율도 0.58%에서 0.81%로 0.23%포인트 상승했다.

A은행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대출 원리금을 못갚는 중소기업들이 늘면서 중기대출 연체율이 높아진 게 전체 연체율 상승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A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0.80%에서 6월 말 1.15%,8월 말 1.61%로 8개월 만에 2배가 됐다. 이 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이 높아진 만큼 전체 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도 최소 1.5%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A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늘 은행권 평균 연체율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지난해 말 이 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0.8%로 은행권 중기대출 연체율(1.0%)보다 0.2%포인트 낮았으며 6월 말에는 전체 은행 평균 수준(1.14%)인 1.15%를 기록했다.

A은행의 전체 대출 건전성도 은행 평균 수준 이상을 유지해왔다. 작년 말 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0.62%로 은행 평균(0.74%)보다 낮았으며 6월 말 연체율도 업계 평균치에 비해 0.01%포인트가량 낮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8월 말 기준으로 일부 대형 은행들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의 연체율이 1%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은행들의 연체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은행들은 상반기에 연체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6조2000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상각 처리했다. 부실채권 규모가 줄어든 만큼 연체가 늘어났어도 연체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은행권 연체율은 작년 말 0.74%에서 지난 6월 말 0.79%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앞으로는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상각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실채권을 상각하면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또 당분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자산을 크게 늘리지 못할 것으로 보여 연체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대출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연체액이 증가하면 연체율은 당연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은행들이 연말로 갈수록 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연체율도 낮아지지만 올해는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연말이 돼도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