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자 일본 주요 신문들의 1면은 온통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시모무라 오사무 미국 해양생물연구소 교수의 이야기로 뒤덮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닛케이평균주가가 9.3% 폭락하고,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전격 인하한 소식도 뒤로 밀렸다. 아사히신문이 7일 물리학상에 이어 8일 화학상 수상자로 일본인이 선정되자 연이틀 호외까지 발행할 정도로 일본 전역은 들썩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에서 "한 해에 두 개의 노벨상을 받은 것은 기초과학에 강한 일본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알린 쾌거"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일본은 노벨상 과학부문에서 매우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2002년에도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한꺼번에 받은 적이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16명 중 문학상(2명)과 평화상을 뺀 13명이 의학이나 과학부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이 권위있는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어쨌든 축하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연일 노벨상을 타는 일본을 보는 마음이 개운치만은 않다. IT(정보기술)분야 일부 품목에선 우리 기업들이 일본 경쟁사를 제쳤고,스포츠 등 앞서가는 분야도 적지 않다. 우리 스스로 '머리'만큼은 일본인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아직 노벨평화상밖에 수상하지 못해 일본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유독 기초과학에서 일본에 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에 장기간 거주해본 사람들은 일본의 강한 과학기술 배경으로 '기초 교육'을 꼽는다. 초·중·고의 경우 수학 과학 등의 난이도는 한국보다 1년 정도 떨어지지만 반복교육을 통해 기초는 철저히 가르친다. 한국에서 유치원부터 배우는 영어를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학교도 거의 없다. 그렇지만 한국 초·중학교에서 사라진 생물실험,야외 자연관찰,생태 수학여행,다양한 서클활동 등이 매우 중시된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밤늦도록 영어,수학,논술 학원으로 내모는 한국 부모들의 과잉(?) 교육열이 오히려 우수한 우리 아이들의 과학적 창의성을 꺾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조금은 여유있고,느려보이는 일본인들이 과학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역시 '기초'를 중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최인한 국제부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