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채권에 대한 청산가치가 달러당 8.625센트로 산정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리먼 관련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금융업체들의 자금 회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기관들이 들고 있는 채권은 CDS는 아니지만 CDS의 가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만큼 국내 기관들의 자금 회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굿모닝신한증권 아이투신운용이 리먼이 발행한 신용연계채권(CLN)을 기초로 한 3000억원 규모의 유동화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CS자산운용 등 5개 자산운용사도 리먼이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을 500억원 정도 편입하고 있다.

리먼 관련 채권이 1690억원으로 가장 많은 한국투자증권은 굿모닝신한증권과 아이투신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자금 회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조만간 리먼이 파산보호 신청을 한 뉴욕지방법원에 CLN의 기초자산(대우건설 주식 880만주와 금호산업 회사채 800억원) 등을 돌려달라는 청원서를 낼 계획이다. 리먼브러더스가 돈을 갚을 능력이 없으니 기초자산이라도 회수해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리먼의 북미법인을 인수한 바클레이즈가 한국 증권사들과 관련된 채권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기초자산의 회수가 최선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에 1690억원 중 10~20%만 남기고 모두 손실로 처리할 방침이다.

리먼이 발행한 ELS를 사들여 편입한 펀드가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자산운용사들도 공동으로 채권 회수를 위한 소송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자산운용협회와 연계해 최근 김앤장법률사무소를 국내 대리인으로 선임했으며 해외 대리인 선임도 추진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채권단 등록 등 실무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소송을 통해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완/김재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