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기씨의꿈은 국내 IB 전문가가되는것이다. 그는한국산업의 판도를 바꿀 빅딜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내년이면 과장급으로 승진도 하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연봉도 많이 받는 직업을 MBA를 통해 선택한 셈이다.

"연봉은 1억원 조금 넘습니다. 회사는 외국계 IT 컨설팅 1위 업체입니다. " 드디어 30대 초반의 억대 연봉자가 될 기회가 왔다. 상상만해도 짜릿하다. 단지 돈 때문만이 아니다. 연봉은 곧 자존심이다. 오케이만 하면 된다.

그런데 아니다. 선뜻 결정할 수가 없다. 억대 연봉과 하고 싶은 일 두 갈래 길에서 고민이 이어졌다. 아침에 눈 뜰 때와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 마음이 달랐다. 과연 억대 연봉이 주어지는 외국계 컨설팅회사를 택할 것인가,아니면 새로운 영역인 삼성증권에 들어갈 것인가.

따지고 보면 컨설팅의 길은 안정된 길이다. 7년간 컨설팅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잘할 수 있는 게 분명했다. 게다가 연봉도 두 배 가까이 뛴다. 껑충 올라버린 연봉만으로도 서울대 MBA를 택했던 나의 결정은 80%의 성공이다.

반대로 삼성증권의 길은 미래가 불확실한 '블랙박스' 같다. 하고 싶은 일이지만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선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신천지다.

이런 고민의 와중에 문득 처음 국내 'MBA행'을 택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것은 한마디로 도전이었다. 여기서 보란듯이 경력 전환에 성공한다면 MBA는 내게 200%의 성공을 안겨 주는 셈이다. 그래서 처음처럼 다시 한번 나를 테스트하기로 했다.

2007년 8월 서울대 글로벌 MBA 2기생으로 입학하는 순간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을 달고 살았다.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적성을 찾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을 메뉴판처럼 늘어놓고 따져봤다. 모든 산업의 최상위에 금융이 있었다. 한국이 잘 되려면 금융이 발전해야 한다. 국내 산업에서 유일하게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궁한 그 분야에서 뛰고 싶다.

1기 선배들의 영향도 컸다. 그들은 자신들의 분야에 만족하며 베테랑으로 커나가고 있었다. 자신감을 얻었다. 마침내 억대 연봉 제안을 고사하고 삼성증권에 출근 의사를 밝혔다. 그제서야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지난 1년이 전광석화처럼 흘러간다. 2주 단위로 돌아가는 커리큘럼 탓에 밤잠을 설치며 공부했던 1,2학기.해외의 내로라 하는 석학들의 명품 강의들이 속사포처럼 이어진 3,4학기 강의.그 중에서도 해외 석학들의 강의는 감동 그 자체였다.

눈이 뜨이고 가슴이 열리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이 넘쳐났다.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 정신은 MBA가 준 가장 큰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