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핵심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까. 이같은 질문에 대부분은 '뛰어난 기술력'이나 '우수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제공 능력' 등을 제시할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IBM의 핵심 경쟁력은 '인사(HR)'다.

IBM은 150여개국에서 38만명이 일하고 있다. IBM이 핵심 경쟁력을 갖고 있는 IT산업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전쟁터와 같다. 38만명의 직원에게 IT 신기술을 교육하는 건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이에 따라 IBM은 이른바 '스킬 갭(skill gap)'을 극복하기 위해 HR을 핵심 비즈니스로 삼고 있다. 스킬 갭이란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skill)과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능력 간에 존재하는 차이(gap)를 뜻한다.

직원은 많지만 쓸 만한 고급 기술을 갖춘 직원은 늘 부족하다. 많은 기업들이 이 때문에 직원 교육에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하지만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IBM은 다르다. 스킬 갭을 극복하는 인사관리 덕분이다. 직원들이 창조성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다그치는 것도 회사의 임무다.

◆쓸모없어지는 기술을 가려내라

IBM은 2006년 말 '전직원 관리 제도(WMIㆍWorkplace Management Initiative)'라는 인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50여개국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이 하는 일을 세분화하는 것이 골자다. 회계분석가ㆍ솔루션설계자ㆍ데이터베이스관리자 등으로 구성된 49개의 역할과 서버통합ㆍ기술적편집ㆍ인사관리 등으로 이뤄진 4000가지 기술로 나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정규직ㆍ비정규직 여부와 소속 지역 등도 함께 DB로 만들었다. 바바라 브릭마이어 IBM 인사담당 부사장은 이같은 제도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직원들에게 '동일한 언어(기준)'로 우리가 하는 일, 역할,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 프로그램은 당장 효과를 발휘했다. 고객이 특정한 기술이나 서비스를 요구할 때 가장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 가장 빨리 파견하게 된 것. 예컨대 인도 IBM에서 프로그래머 2명이 긴급히 필요하다면 IBM 본사는 몇 분만에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싱가포르와 미국에서 가장 적합한 인재를 찾아 1주일만에 인도에 파견할 수 있다.

WMI의 장점은 비단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 전체에 어떤 기술이 부족하고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예컨대 유선 컴퓨터 네트워킹 기술력을 가진 자원은 넘치고 무선 네트워킹 분야는 부족하다는 식이다.

IBM은 이를 통해 3년 후에는 22%의 직원들이 갖고 있는 기술이 쓸모없어지리라는 것을 파악했다. 그리고 22%의 직원 중 85%가량은 새 기술을 배울 수 있지만 15%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직원들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라

IBM은 쓸모없어지는 기술을 갖게 될 22%의 직원들을 가려내는 작업에 들어갔다. 스스로 자신이 갖춘 기술을 평가한 뒤 상사와 면담을 통해 자신이 갖춘 기술 포트폴리오에 대해 설명토록 했다.

IBM은 내부 평가 방법을 공개하기를 꺼렸지만 인사관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IBM은 상사들은 직원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을 4개 등급으로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기술들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못하면 가장 낮은 등급을, 아주 우수할 뿐만 아니라 다른 기술들도 함께 익히고 있다면 가장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

평가 결과는 물론 직원들에게 통보됐다.포트폴리오가 부족하고 낮은 점수를 받은 직원들에게 변화에 적응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의 기술 포트폴리오 분석에 대해 브릭마이어 부사장은 "테크놀로지처럼 빠르게 진화하는 산업에서 혁신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IBM 직원들은 항상 최신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직원들에게 불만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생존의 문제'라는 것에 대해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인사 담당자를 현장으로 내보내라

스킬 갭을 극복하고 직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기위한 IBM의 의지는 엄청나다. WMI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만 1억8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사라져갈 기술을 가진 직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연간 7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인사 담당자들도 아예 현장으로 배치했다. 현장의 최신 기술 트렌드를 알아야만 직원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갖출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샘 팔미사노 IBM 회장은 한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인사 담당자들이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IBM의 혁신적인 인사제도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각종 수치는 WMI가 스킬 갭을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만 WMI로 인해 30억달러의 수지개선 효과가 있었다는 게 IBM의 자체 분석이다. IBM은 올 상반기에도 50억84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글로벌 위기가 엄습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실적이다.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회사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아몽크(미 뉴욕주)=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