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내 은행들의 외화 자금난 해소를 위해 21일 처음 실시한 외환스와프 경쟁 입찰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외화 차입 지급보증 조치 등으로 외화자금 사정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주요인으로 분석됐지만 입찰에 참여한 은행들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입찰 방식도 한 요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외환스와프란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리는 거래다.

한은은 당초 3개월물 외환스와프 25억달러를 풀 계획이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응찰 규모는 23억2000만달러에 그쳤고 실제 낙찰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은 15억2000만달러에 불과했다. 당초 입찰금액의 61% 정도만 낙찰된 것이다. 심각한 '달러 가뭄'으로 은행들의 달러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달러를 푼다고 하니까 외화자금 사정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은행들이 덜 참여한 것 같다"며 "은행들이 달러를 빌리기 위해 제시한 금리가 한은이 달러를 빌려주는 대가로 제시한 금리보다 낮은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입찰에 참여해 달러를 받아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금사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어 입찰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입찰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도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은행들이 한은에 직접 와서 입찰서류를 내는 대신 인터넷으로 입찰할 수 있도록 전자입찰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낙찰 조건은 은행들이 외환스와프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조달하는 것보다 다소 유리하게 결정됐다. 이날 낙찰된 스와프포인트는 평균 ―6원97전이었다. 이를 금리 기준(스와프레이트)으로 환산하면 연 2.11%에 해당한다. 이는 은행이 한은에 3개월간 원화를 맡기면서 연 6.12%(CD 금리 기준)의 금리를 받는 대신 이 기간에 달러를 빌리는 대가로 연 8.23%의 금리를 내는 조건이다.

이 같은 조건은 은행이 시장에서 직접 스와프 방식으로 달러를 조달할 때보다는 다소 유리한 것이다. 이날 외환스와프시장에서 3개월물 스와프포인트는 ―8원 정도였다. 이를 금리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 2.42%다. 은행이 3개월간 원화를 맡기면서 연 6.12%의 금리를 받는 대신 달러를 빌리는 대가로 연 8.54%의 금리를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한은의 경쟁 입찰 스와프 방식으로 달러를 조달했을 경우 외화자금 시장에서 빌리는 것에 비해 평균 0.31%포인트 정도 싸게 빌릴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한은은 앞으로 매주 화요일 정기적으로 외환스와프 경쟁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입찰 규모는 첫 입찰 결과를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