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기업 300억弗달해..멕시코 3위 소매유통社파산

强달러에 속수무책

이머징마켓(신흥시장) 기업들이 달러 강세 탓에 외환거래에서 거액의 손실을 입어 파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키코(KIKO.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가입 기업에 수익이 나지만 급등하면 계약금액의 몇 배를 은행 측에 물어줘야 하는 통화옵션상품)에 가입했다가 원화가치 급락(달러 강세)으로 손실이 불어나 부도 위기에 몰린 것처럼 이머징마켓 기업들도 유사한 파생상품에 계약했다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 3위 소매유통업체로 설립된 지 76년 된 커머셜 멕시카나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멕시코 시장에서 221개 점포를 가진 이 회사가 월마트와 경쟁하며 승승장구했으나 지난 9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14억달러의 외환손실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계속 오르자 JP모건체이스 등 5개 은행들과 달러화 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을 계약한 게 화근이었다. 달러화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 강세를 보이면 손실을 감수하고 달러를 사서 은행에 갚아줘야 하는데 8월 이후에만 달러화 가치가 페소화 대비 24% 이상 뛴 것이다.



이처럼 외환거래에 베팅해 막대한 손실을 입는 사례가 멕시코를 비롯 브라질 한국 인도 중국 등 이머징마켓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월지는 전했다. 호주달러와 브라질 헤알화를 비롯해 이머징마켓의 통화가치가 금융위기 이후 동반 급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만 200여개 기업들이 외환손실을 입었으며,그 규모는 3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중국에서도 국영 투자회사인 중신그룹의 홍콩 자회사 중신타이푸가 호주달러에 베팅했다가 호주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최근 20억달러 가까운 외환손실을 본 데 이어 철도건설업체인 중국중톄와 중국톄젠이 23일 각각 2억8400만달러와 4680만달러의 외환손실을 공개했다.

월지는 이 같은 외환거래 손실이 주가 급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의 돼지고기 가공업체인 사디아는 3억6000만달러의 외환손실을 공개한 9월 이후 주가가 45% 빠졌다. 홍콩 증시에서 중신타이푸는 21일 이후 60% 이상 급락했고,중국중톄의 경우 외환손실 공개 하루 전인 22일 소문이 돌면서 20.58% 하락한 데 이어 23일에도 7% 이상 급락했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부장은 "금융위기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머징마켓의 통화가치 절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