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모르는 낸드플래시 가격…3분기 1조3000억 순손실

하이닉스반도체가 지난 3분기에 1조3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를 쳤으며 조만간 자본 잠식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재무제표와 최근 경영 흐름으로 볼 때 하이닉스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물론 채권단까지 하이닉스의 원가 경쟁력과 자금 흐름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낸드플래시 가격 폭락 등의 여파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영업현금 창출 능력이 여전히 견조하고 부채비율 역시 100% 미만이어서 불황기를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손실 1조3000억원의 배경

하이닉스는 3분기에 4500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손실(1839억원)보다는 많지만 1분기(5051억원)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다. 당기순손실이 영업손실보다 큰 이유는 환율 급등에 따른 환산손실(7000억원 상당)과 이천과 청주공장의 팹 2개를 폐쇄한 데 따른 자산 감액 손실(2000억원 상당)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환산손실과 감액손실은 장부상의 손실로 향후 환율이 떨어지거나 자산이 팔리면 다시 보전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특수한 상황이 빚어낸 일시적인 평가손이라는 얘기다.

현금흐름 어떤가

매분기에 수천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내는 것은 경영에 분명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단기적인 현금 흐름을 결정하는 EBITDA(영업이익+감가상각비용+법인세)는 단 한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에 1900억원,2분기에 5400억원의 EVITDA를 각각 기록했다. 실제 그만큼의 현금이 회사에 새로 유입된 것이다. 3분기 EBITDA도 적지 않은 플러스 지표를 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회사 관1계자는 "현금 흐름에 문제가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완전히 기우"라고 일축했다. 여기에다 최소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1조~2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집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총 7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도 대부분 3~5년짜리 중·장기 구조로 돼 있고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1조원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잠식 소문은

2분기 말 기준으로 자본 총계는 8조442억원,자본금은 2조3100억원이다. 6조원 가까이 여유가 있는 셈.따라서 하이닉스가 자본잠식에 들어가려면 앞으로 매년 2조원 이상의 순손실을 3년 연속 내야 가능하다. 현재 반도체 시장 상황을 아무리 비관적으로 보더라도 이 같은 양상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오히려 최근 업계의 감산과 구조조정 등으로 가격이 추가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채권단 관계자는 "반도체 시황이 아무리 나빠져도 하이닉스가 과거처럼 은행 관리를 받는 사태는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돌파구는

당장 자금 사정이 괜찮다고 하더라도 영업적자가 장기화한다면 견뎌낼 재간이 없다. 특히 감가상각 비용을 더하는 형태의 현금 흐름 전략은 자칫 미래 성장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나치게 EBITDA 지표에 의존할 경우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다. 회사 측은 반도체 가격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생산 효율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 하이닉스가 매출 극대화 및 원가 절감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동시에 적절한 투자를 통해 반도체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다행히 하이닉스의 원가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는 만큼 위기관리를 위한 경영 시스템만 제대로 가동되면 현 상황을 충분히 타개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