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실시한 '달러 입찰'이 또 다시 미달됐다. 은행들이 이미 달러를 어느 정도 확보한 데다 외환스와프에 들어가는 원화를 조달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달러를 원화와 교환하는 '외환스와프' 방식으로 은행들에 25억달러를 풀 계획이었지만 은행들의 참여 저조로 전체 낙찰금액은 12억달러에 그쳤다. 1주일 전 실시된 첫 '달러 입찰'에서도 전체 입찰액 25억달러 중 낙찰액이 15억2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날 한은이 공급한 외환스와프는 3개월물과 1주일물 두 종류였다. 이 중 3개월물 15억달러 입찰에만 20억달러가 응찰해 최종적으로 12억달러가 낙찰됐다. 1주일물은 10억달러 입찰에 4억달러가 응찰했으나 낙찰금액은 제로(0)였다.

3개월물의 낙찰 스와프포인트는 ―11원8전으로 첫 입찰(―6원97전)보다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이날 낙찰된 스와프포인트를 금리기준(스와프레이트)으로 환산하면 연 2.98%에 해당한다.

이는 은행이 3개월간 원화를 맡기면서 연 6.04%(CD금리 기준)의 금리를 받는 대신 이 기간에 달러를 빌리는 대가로 연 9.02%(3개월물 리보금리 연 3.51%+가산금리 연 5.51%)의 금리를 내는 조건이다. 스와프레이트 2.98%는 달러금리 9.02%에서 원화금리 6.02%를 뺀 수치다.

이 정도의 조건은 은행들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스와프방식으로 달러를 조달할 때보다 유리한 것이다. 외환스와프시장에서 현재 3개월물 스와프포인트는 ―16원 정도로 스와프레이트로 환산하면 연 4.3%에 달한다.

은행이 3개월간 원화를 맡기면서 연 6.04%의 금리를 받는 대신 달러를 빌리는 대가로 연 10.34%(리보+가산금리 6.83%)의 금리를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에서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달러를 주겠다는 데도 은행들이 받아가지 않는 것은 단기적으로 필요한 외화자금을 이미 상당부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러 수요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한은의 최저 입찰 금리가 높았다고 봐야 한다"며 "은행들이 이날 낙찰된 수준으로 달러를 빌려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달러를 빌리기 위해 원화를 예치해야 하는만큼 원화 유동성을 희생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