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발표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은 사상 최대 규모의 실물경제 대책이다. 재정 지출 확대 11조원(공기업 포함),추가 감세 3조원 등 모두 14조원이 투입된다. 이미 국회에 제출해 놓은 고유가 극복 대책과 감세 법안까지 합치면 경기 부양책 규모는 33조원으로 늘어난다.

파격적인 재정 정책은 지금의 경기 침체가 1929년 세계 대공황에 버금 갈 정도의 폭과 깊이를 가진 '세계 불황'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일제히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동원하며 '버티기' 모드에 진입한 것도 자극제가 됐다.

◆'세계 불황'은 이미 현실

지난 3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3%로 내려앉았고 영국도 16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0.5%)로 돌아섰다. 일본 역시 지난 2분기 ―0.7% 성장에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세계 불황'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종전 3.7%에서 3.0%로 낮췄다.

우리 경제도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성장률ㆍ소비ㆍ고용 등 경기 관련 지표들이 빠른 속도로 악화됐다. 지난해 5.0%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3분기 들어 3.9%(전년 동기비)로 쪼그라들었고 소비는 지난 9월 감소세(―2.0%)로 전환했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내년 성장률은 잘해야 3%대,어쩌면 그 아래로 떨어질 것이고 취업자 수는 12만~13만명 안팎에 그칠 것이라고 정부는 전망했다.

◆세계는 경기부양 경쟁 중

장기 불황이 자국 산업을 초토화하기 전에 다른 나라보다 더 오래 버티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은 앞다퉈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금과옥조로 떠받들어 온 '시장 자율'이니 '작은 정부'니 하는 명분들은 내팽개친 지 오래다. 모두들 '선제적이고,확실하며,충분한 부양책'을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5월 소득세 환급 등 총 1680억달러 규모의 세제 지원책을 실행한 미국은 지난달 1490억달러의 추가 감세안을 마련한 데 이어 지금은 의회 주도로 1500억달러 상당의 추가 경기 부양책을 논의 중이다.

일본도 지난 8월 11조7000억엔짜리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책을 발표했고 최근 또다시 26조9000억엔 규모의 추가 대책을 내놨다. 중국 역시 경기 부양을 위해 3500개 품목의 부가세 환급률을 인상했는가 하면 2조위안 규모의 철도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재정 확대ㆍ감세ㆍ규제 완화

이번에 나온 종합 대책은 모두 14조원 규모다. 정부 재정지출 확대가 10조원이고 공기업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1조원 늘어난다. 임시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1년간 연장하고 그 공제율을 현행 7%에서 10%로 늘리는 것 등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추가 감세를 실시한다. 정부는 이번 종합 대책이 차질 없이 실행될 경우 내년도 성장률은 4% 안팎으로 높아지고 취업자 수는 19만~21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