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포인트의 기준금리를 인하한 한국은행이 7일 또다시 0.25%포인트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경기침체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성태 총재는 이날 "경기가 상당히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며 그동안 "경기하강 압력이 커지고 있다"던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 총재는 "최근 들어 신흥시장 수출이 약화되고,가계채무상환 부담도 상당히 높아져 있는 데다 금융시장이 불안해 소비심리도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3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3년여 만에 처음으로 3%대로 내려섰고 "내년에는 3%대도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렸음에도 그동안 시장금리가 요지부동이었던 점도 이번 기준금리 인하의 배경이 됐다. 중소기업 자금난을 덜어주고 가계의 이자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더 내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디플레이션(자산가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점도 중요 참고 사항으로 고려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중하반기에는 3%대로 내려설 것이란 전망도 한은의 금리 인하 기조에 무게를 실어줬다.

이 총재는 채권시장 일각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까지 내릴 가능성을 기대했다는 지적에 대해 "무조건 크게 하는 게 좋은 것이 아니다"면서도 "더 필요하면 그때가서 더 해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충격요법으로 금리를 대폭 인하한 만큼 이번에는 '서행'을 하되 앞으로 필요하면 더 내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씨티은행은 한은이 내년 3월까지 매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해 연 3%까지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