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잇따라 대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유로화와 미국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가치의 목표치를 더 낮출 수도 있다고 11일 밝혔다.

러시아는 달러화와 유로화의 비중이 각각 55%와 45%로 구성된 바스켓 외화를 기준으로 루블화의 환율 목표치를 설정하고 있는데, 전날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 목표치를 1% 하향 조정했고 이에 따라 바스켓 외화 대비 루블화 환율은 39.79루블로 떨어졌다.

루블화 가치는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더 큰 폭의 루블화 가치 하락을 용인할 수 있음을 시사한 데 대해 러시아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루블화 환율 방어가 무의미해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자칫 러시아에서 외국 자본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러시아 중앙은행은 10일 오후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1%포인트 높은 12%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의하면 10일 러시아 주식시장은 또 10% 이상의 낙폭을 기록하며 거래가 중단됐고, 러시아 국채의 신용파산 스와프 가산금리는 1.50%포인트 급등한 6.30%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8월 5천970억달러의 최고치를 기록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이후 현재까지 1천120억달러가 빠져나갔고 최근 한 달 동안에만 840억달러가 감소했는데, 이중 상당수가 환율 방어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11일 새 환율 목표치를 설정한 뒤 목표 환율을 방어하는데만 70억달러를 투입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