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벨경제학상 수상 로버트 먼델 교수

선진 5개국 통화바스켓 만들자 … 한국 적정환율 달러당 1000원선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환율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

서울시가 주최한 '2008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금융·경제 시스템이 위기를 겪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지나친 환율 변동성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199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먼델 교수는 "경제력을 감안할 때 한국의 적정 환율은 달러당 1000원 정도"라고 진단했다. 그는 "작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900원인 것은 너무 낮다고 생각했지만 올해 1300원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탈출 해법으로는 감세를 제안했다. 먼델 교수는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기업과 은행은 자본을 확충해야 하고 이를 돕기 위해 정부는 감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높은 법인세는 기업 경영에 큰 걸림돌이자 기업 수익에 악영향을 준다"면서 "기업들의 활동이 약화되면서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35%에 달하는 법인세율을 15∼20%로 획기적으로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기존 대선 공약에 연연하지 말고 법인세 감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과 일본의 법인세 인하는 전 세계 법인세의 상한선 역할을 하므로 미국과 일본이 법인세를 낮추면 다른 국가들도 따라올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먼델 교수는 경기 회복 시기와 관련,"한동안 모든 경제주체들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몇 년 정도 걸리겠지만 1년 정도 지나면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미국은 올해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5%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에도 그런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 뒤 "오바마 당선인은 이런 경제침체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로화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먼델 교수는 세계 금융위기 재발을 막는 방법으로 세계 통화체제의 개혁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론 "환율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달러 유로 엔 위안 파운드 등 선진 5개국(G5)으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춤추는 달러에 휘둘리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교역 때 공동으로 사용하는 '역내 공동화폐(Common Currency)'나 '아시아 통화기금'을 설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나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지위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규모와 경쟁력으로 볼 때 유로화나 위안화의 반란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관련,먼델 교수는 "오랜 저금리 정책과 달러화 약세로 너도나도 담보대출을 통해 집을 사면서 버블이 생겼다"며 "은행들이 모기지 채권을 증권화하는 등 자산을 유동화하면서 이런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