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 확대 실무진 막판 조율
아시아 공동기금 설립 탄력 붙을듯

#1.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지난 11일 휴가를 내고 한국은행의 팀장급 직원과 함께 극비리에 일본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국장은 일본 방문 사실을 극구 부인하며 재무장관 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ㆍ중ㆍ일 긴급 재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막바지 실무협상을 조율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2.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교텐 도요오 일본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과 노가미 요시지 전 일본 외무성 차관을 한국으로 파견해 친서를 전달했다. 아소 총리는 친서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서 아시아지역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싶다"며 "파이낸셜 서포트(금융 지원)의 역할을 하고 싶으며 국제금융 질서와 관련해 보다 투명하고 건전한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통화 스와프나 아시아 공동기금 설립 등을 통해 아시아에서 달러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 금융위기 돌파를 위한 한ㆍ중ㆍ일 3국의 협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ㆍ일 및 한ㆍ중 통화 스와프 확대와 아시아 공동기금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지난달 11일과 24일 한ㆍ일 재무장관 회담과 한ㆍ중 재무장관 회담을 각각 갖고 3개국 협력 방안을 조율했다. 또 오는 26일 도쿄에서는 실무자급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안정워크숍이 열릴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ㆍ중ㆍ일 3개국이 14일 긴급 재무장관 회담을 갖기로 함에 따라 3개국 협력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한ㆍ중ㆍ일 3국이 손잡는 것은 국제 금융불안과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시아지역의 경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아시안이코노믹패널(AEP)은 최근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한ㆍ중ㆍ일 3개국이 △금융위기 공동 대처 선언 △통화 스와프 체결 △사회간접자본(SOC) 적극 투자 등 재정 지출 확대 △유동성 확대 위해 금리 인하 공조 △화폐가치 안정을 위해 공동 대응 △재무부와 중앙은행의 고위급 회담 개최 등 공동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패널에 참여한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는 "세 나라가 협력하지 못하고 '너 죽고 나 살자'식의 경쟁에 나선다면 모두 손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ㆍ중ㆍ일 3국의 협력은 그 자체로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당장 3개국의 외환보유액을 합하면 3조달러 이상이다.

이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45%가량에 해당한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중국(1조9056억달러)이 1위,일본(9777억달러)이 2위,한국(2122억달러)이 6위다. 3개국이 공조체제를 구축하면 아시아 지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한국도 현재 보유 중인 외환보유액과 한ㆍ미 통화 스와프 300억달러 외에 한ㆍ일 통화 스와프(130억달러)와 한ㆍ중 통화 스와프(40억달러)를 합치면 2600억달러가량의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한ㆍ일 및 한ㆍ중 간 통화 스와프 규모가 각각 3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되면 한국이 확보한 외화 유동성은 3000억달러가 넘는다.

금융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역내 주요 국가인 한ㆍ중ㆍ일 3개국이 협력을 강화하면 금융위기가 극복됐을 때 세계 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주용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