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선진국간 조정 역할…재정지출 확대 정상선언문에 반영

이명박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G20금융정상회의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4대 구상'을 내놨다. G20정상회의 기조연설(공식명칭=선도발언)을 통해 △보호주의 확산 반대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국제 공조 △신흥국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국제금융 개선 논의에 대한 신흥국 참여 보장 등을 내세운 것.이 대통령은 신흥국의 입장을 주도적으로 대변,정상회의 선언문에 상당 부분 포함토록 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 조정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신흥국에 충분한 유동성 =이 대통령은 우선 국제통화기금(IMF) 역할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IMF는 솔직히 말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IMF의 지원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위기를 돌파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었으며,지금의 금융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조건 없이 유동성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신흥국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통화스와프 확대와 IMF의 신흥국에 대한 단기유동성 지원창구(SLF) 활용,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한 IMF 재원 확충 등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큰 지원 효과를 거두기 위해 IMF에 보증제도를 도입할 것도 촉구했다. 선진국 지원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도 경제력에 걸맞는 기여를 하겠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흥경제국에 대한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며 "외환위기를 겪은 대한민국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런 필요한 조치들은 매우 선제적이고,과감하며,충분할 때 그 효력이 최대화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위기 원인을 알게됐고,이제는 행동이 필요한 때"라며 정상회의 합의 사항의 차질 없는 이행을 촉구했다.

◆감세ㆍ예산, 필요하면 추가 조치 =이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해선 안된다는 점도 집중 부각시켰다. 보호무역주의는 또 다른 보호무역주의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고,그 결과 세계경제는 더욱 침체에서 헤어나기 힘들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신흥경제국들이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이어 G20정상들에게 보호무역주의의 '동결(Stand-Still)선언'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무역 및 투자와 관련된 새 장벽을 더 만들지 말자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은행과 증권,보험 등을 통합하는 감독기구를 설치한 것이 효과적이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해볼 것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또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다른 정상들도 일제히 공감을 표시해 재정지출 확대가 정상선언문의 주요 내용으로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 후 기자들에게 "정부는 감세나 추가 예산을 포함해 추가적 조치가 필요하면 국제공조 차원에서 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