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단지'로 인허가 장벽 뚫었죠
온갖 규제에 막혔던 7개 업체 안성에 모여
환경평가·공사비 등 10억5000만원 절감



지난 4월 서울 구로동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13층 본부 회의실에서는 조촐하지만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원케미컬,세왕이엠씨,세진공영,부리인덕션,한영기계,광동자동화기계,디에이치바이오 등 국가공단과는 상관없는 7개 개별 입지 중소기업들이 공단 발전기금 700만원을 기탁하는 자리였다. 1997년 산단공이 무료 공장설립 컨설팅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산단공 관계자는 "무료컨설팅인 만큼 절대 받을 수 없다며 고사했지만 공장 설립의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중소업체들을 위해 써달라는 뜻을 끝내 거절할 수 없어 '상징적 액수'를 접수하게 됐다"고 전했다.

국가산업단지 이외의 땅에 공장을 세운 업체들이 이같이 자발적으로 '공단발전기금'을 모은 데에는 사연이 있다. 최근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미니단지에 입주한 이들은 산단공의 무료지원이 없었더라면 공장 설립 인·허가를 얻기 위해 지자체를 수없이 들락거리는 이른바 '뺑뺑이 공설(공장설립)'을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전자부품 절연체인 에폭시를 생산하는 원케미컬이 대표적인 사례.이 회사는 공장 증설 적기를 놓쳐 몇 년째 납품기회를 경쟁사들에 양보해야 했다. 혼합방식 공정인 만큼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는데도 '화학업종'이란 이유로 지자체들이 인·허가를 꺼려한 탓이다. '무늬만 화학업종'이라며 겨우 설득했다가도 수도권 연접제한과 공장총량제에 번번이 막혔다.

임동진 원케미컬 대표는 "사업가에겐 첫번째 꿈인 매출 100억원 돌파 기회를 자꾸 놓쳐 속이 타들어갔다"고 말했다. 절실함이 통했을까. 산단공의 주선으로 '동병상련'을 겪던 7개 회사가 뭉쳐 부지 면적이 2만6440㎡인 소형 단지를 만들 수 있었다. 국가(산단공)가 조성과 관리를 맡는 국가산업단지나 지자체가 개발해 관리하는 지방산업단지 등 규모가 수십만㎡에 달하는 대형 공단에 비하면 그야말로 '미니단지'인 셈.산단공 관계자는 "업종이 다른 중소기업들이 협력해 개별입지에서 소형공단으로 공장승인을 받은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니단지의 경제성도 뛰어났다. 업체들이 '각개전투'방식으로 공장 설립에 나섰다면 사전환경성 평가와 재해영향성 평가,토목·건축 설계비 등을 합쳐 업체당 1억원가량인 총 7억원의 비용이 들어갔을 터.그러나 이들 7개 업체가 실제 지출한 돈은 환경·재해영향평가 1500만원,설계비 4000만원,공사비 3억원 등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 중 5개사는 창업으로 인정돼 취득·등록세와 각종 개발부담금을 면제받아 업체당 1억4000여만원의 비용을 추가로 아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집단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사출,기계부품,조립금속 등 특정유해물질을 배출하지는 않지만 첨단업종은 아닌 경우 적극 고려할 만하다는 것.정창운 산단공 수원공장설립지원센터장은 "난개발방지 규정 때문에 인허가를 받기 힘든 공장부지면적 1만㎡ 미만의 업체들이 4~8개씩 뭉친 뒤 지구단위계획 제한을 받지 않는 3만㎡ 미만의 공동입지를 찾아낼 경우 보다 빠른 공장설립에 도움이 된다"며 "너무 작아도,커도 각종 규제에 걸리는 현행 규정을 우회하는 일종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되는 셈"이라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