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계 여러개 운영하며 돌려막아"
낙찰금 받은 계원에 4부이자 주며 유용

'강남 귀족계'로 알려진 다복회의 계주 윤모씨(51.여.구속)는 '일반 사업보다 10배 이상 많은 이익을 보장한다'는 등의 감언이설로 계원들을 끌어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꺼번에 여러개의 계를 운영하면서 돈을 횡령한 뒤 '돌려막기'를 통해 이 사실을 상당기간 감춰온 것으로 17일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윤씨는 2004년 5월 초 사채빚 등 때문에 계를 운영할 능력이 원래부터 없었음에도 불구,공동계주 박모씨와 총무 김모씨와 공모해 부유층을 상대로 돈을 끌어 모으기로 마음먹었다. 윤씨 등은 피해자들에게 "낙찰계와 번호계에 가입하면 이만한 돈벌이가 없다"며 "일반 사업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남는 장사"라고 속였다. 여기에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이 가입했다"는 헛소문까지 퍼뜨려 부유층 등을 끌어들였다.

윤씨는 이렇게 모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계를 운영한 뒤 순번이 된 사람에게 계돈을 주지 않고 이자로 다른 계에 가입하는 방법으로 재투자하도록 유도했다. 이때는 "낙찰금(계돈)을 빌려주면 4부 이자(연 40% 이자)를 지급하고,이자로 새로운 계에 가입하도록 하겠다"고 유혹했다. 윤씨는 이런 방식으로 계를 유지하면서 대부분의 낙찰금을 가로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윤씨는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 모 음식점에서 피해자 박모씨를 낙찰계.번호계 등에 가입하게 해 3억5500여만원을 가로챘다. 또 다른 피해자 A씨로부터는 10억6600여만원,B씨로부터는 4억4600여만원,C씨로부터는 9억5000만원 등 총 28억1900여만원을 챙겼다.

윤씨는 또 계를 상당기간 유지하기 위해 여러개의 계를 운영하면서 '돌려막기'를 활용했다. 이런식으로 계를 유지하면서 순번이 된 사람에게 돌아갈 낙찰금을 상당부분 유용했다.

윤씨는 빼돌린 곗돈으로 철강회사를 인수하려 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 윤씨에게 당한 피해자 135명으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아 채권 환수작업을 벌이고 있는 임윤태 변호사는 "윤씨가 무일푼으로 계를 조직해 음식점과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했으며 최근에는 지방의 모 철강회사까지 인수하려고 중도금까지 지급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기가 돼 곗돈을 탄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유명 연예인.전현직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 및 친인척.재벌가.법조인 등 소문이 무성한 '유력자 연루설'과 관련,경찰 관계자는 "계원 모집책이 유력자가 있다고 가입을 권유하면서 나온 얘기로 보인다"며 "언론 등에 거론되고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 중 여태까지 가입이 확인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부인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