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일본 돗토리현 요나고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1시간 남짓.짧은 비행시간 덕분인지 공항 밖으로 내딛는 발걸음이 상쾌하고 여유롭다. 아담하고 소박한 느낌의 공항은 낯선 이국에 온 여행자를 친근하게 반긴다. 폐부 깊숙이 들이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은 초겨울의 공기와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은 마음까지 평온하게 만든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시골주택 기와지붕 너머로 위엄 있게 산 아래를 굽어보는 다이센의 봉우리가 선명하다. 몸에 남아 있는 차가운 기운과 일상에 지친 피로를 따뜻한 온천욕과 함께 흘려보낼 생각에 여행길은 시작부터 가볍다. 돗토리는 일본 주고쿠지방 북쪽 동해에 접해 있는 현.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역사와 매력적인 문화를 간직한 곳이다.


■과자의 성과 꽃 공원

요나고 IC를 지나면 시선을 사로잡는 성이 나타난다. 명산 오오야마를 배경으로,요나고성을 모델로 삼아 축성한 '과자의 성'인 고토부키성이다. 내부에는 다양한 종류의 과자들이 판매대를 꽉 채우고 있고,한쪽 벽면은 투명한 유리로 돼 있어 떡과 명과가 어떻게 제조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과자로 알려진 적백색의 떡을 비롯해 엄선된 공정을 통해 제조된 다양한 종류의 과자들이 미각을 자극한다. 2층에는 휴식공간이 있어 맛있는 과자와 함께 별미인 오리지널 카레빵과 차과자 등도 맛볼 수 있다.

하나카이로는 총 면적 50㏊의 일본 최대 규모 꽃 공원.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일본인들의 꽃사랑을 실감하게 된다. 전 세계 나리꽃 원종의 절반 정도를 심어 놓고 있다. 원내에는 지붕설비를 갖춘 플라워 돔이 있어 날씨에 상관없이 다양한 꽃과 야생초를 감상할 수 있다.

정감 있는 옛 장난감과 돗토리현 출신 작곡ㆍ작사가가 창작한 동요를 테마로 만들어진 와라베관은 그야말로 장난감 왕국이다. 테마파크처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장난감을 직접 체험하며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돗토리현립동요관의 '동요의 방'과 돗토리세계장난감관의 '장난감 방'으로 나뉘어 있다.


■해안의 사구와 온천체험

돗토리현의 산과 바다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해발 1709m의 다이센이 가장 빼어나다. 험준한 봉우리를 덮은 설경을 5월까지 볼 수 있다. 초록이 만개한 나무숲 위로 우뚝 솟은 설산이 장관을 이룬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래의 형상이 '거대한 캔버스'를 만들어 내는 곳도 있다. 돗토리 평야의 센다이강 하구 해안부에 동서 16㎞,남북으로 2㎞에 걸쳐 뻗어 있는 해안 모래언덕 '돗토리 사구'다. 인근 주고쿠 산맥의 모래가 10만년 동안 쌓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해풍에 의해 변화를 거듭하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사구가 살아 있다"고 한다. 사막 같은 경치만 감상하는 것이 지루하다면 사구 여기저기에서 패러글라이딩,샌드 보드 등의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일본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온천이다. 요나고에서 가장 가까운 가이케 온천은 1900년 동해에서 발견된 소금 온천이다. 중저칼로리의 식사와 온천욕을 결합한 '슬리밍 스테이' 프로그램으로 인기다. 일본 일왕이 묵고갔다는 이 지역의 가장 오래된 료칸 '도코엔'과 훌륭한 가이세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현대적인 '쓰루야'를 비롯 20여개의 크고작은 숙소를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높은 천수각

돗토리현에 이웃한 시마네현의 다이콘시마 섬에는 명소 유시엔이 있다. 다이콘시마 섬을 형상화한 정원에서는 꽃과 나무,폭포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다.

마츠에성에서는 산인지방에 유일한 천수각을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높다는 천수각이다. 전체적으로 검은색 미늘판자로 덮여 있어서 강한 인상을 풍긴다. 6층 망루에서는 마츠에 시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성을 둘러싼 해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작은 강.예전에는 해자를 통해 물자의 수송과 사람들의 왕래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작은 유람선이 떠다닌다. 16개의 다리를 통과하는데 낮은 다리를 지나갈 때는 배의 지붕이 내려온다. 뱃머리에서는 나이 지긋한 뱃사공이 일본민요를 구성지게 불러준다. 유람시간은 1시간 정도다. 해자 북쪽은 '일본의 길 100선'에 뽑힌 시오미나와테 거리와 접해 있다. 이 전통 거리에 자리한 전통가옥인 시오미나와테 무사의 집은 약 265년 전 마츠에 중급 무사의 저택이다. 당시 무사의 장비와 가구,생활용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돗토리(일본)=글/사진 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