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하필 행사가 시작될 무렵 찬바람이 불고 비가 섞인 첫눈마저 내린다. 하얀 위생모에 노란 유니폼,빨간 고무장갑을 낀 2000여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손을 놀린다. 4분의 1로 자른 배추 한 잎 한 잎에 정성스레 양념을 비벼넣는다. 30초도 안 돼 하얀 배추가 맛깔스러운 김치로 바뀐다.

한국야쿠르트가 주최한 초대형 김장 퍼포먼스인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장에서 만난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이날 새벽 일을 마친터라 피곤할 법도 할텐데 힘들어 하는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서울 서초동에서 온 조은하씨(55)는 "새벽 4시20분부터 10시30분까지 오전 일을 마무리하고 나왔다"며 "날은 춥지만 김치 받을 분들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난다"며 기자에게 맛을 보라고 김치속을 건넨다.

시청 앞을 지나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춘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굴이 듬뿍 담긴 김치속을 버무려 입에 넣어주는데 그냥 지나칠 재간이 없다.

구세군 자선냄비에 앞서 연말 불우이웃 돕기의 시작을 알리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는 2001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8년째.한 야쿠르트 아줌마가 독거노인을 돌보며 김장을 해준 사연이 계기가 돼 서울 부산 등 전국 6대 도시에서 5000여명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자선 김장행사로 발돋움했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김치는 상자(10㎏)에 담겨 전국 2만5000여가구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배달된다. 10억원이 넘는 김장비용은 야쿠르트의 사내 봉사단체 '사랑의 손길펴기회' 기금으로 충당한다. 임직원이 매달 월급의 '1%'씩 갹출해 모은 돈이 '100%'의 사랑으로 깜짝 변신하는 셈.

이날 서울에서만 김치 5만8000포기를 담가 한국기네스에 등재될 예정이다.

김진수 기자/김정환/정원하 인턴(한국외대)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