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외환으로 '달러가뭄 해갈' 한계

한국은행이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처음 꺼내 쓰면서 그 이유와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따라서 자금을 꺼내 쓸 수도 있고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정부와 한은은 "웬만하면 이 자금을 꺼내 쓰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였다. 기존 외환보유액으로 외화자금난을 푸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그랬던 한은이 이번에 1차로 40억달러를 인출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국내 외화자금 시장이 나쁘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10월 말부터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국내 은행들에 원화와 달러를 맞바꾸는 통화스와프 방식으로 100억달러 이상 자금을 공급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달러 가뭄'은 풀리지 않았고 환율도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외환보유액마저 2000억달러 밑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부 수혈'이 필요해졌다.

또 다른 이유는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내년 4월 말 종료된다는 사실이다. 그 전에 한번이라도 자금을 꺼내 쓰는 것이 나중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갱신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마이너스 통장을 쓰더라도 돈을 갚을 여력만 있으면 된다"며 "시장에 특별한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미국과의 협정에 따라 자금을 들여온 것인 만큼 특별히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일부에선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이번에 들여온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외화대출에 사용하기로 했다. 외화대출 금리는 다음 달 2일 실시되는 입찰에서 정해지는데 스와프 방식으로 달러를 빌릴 때보다는 낮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