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수지 255억弗적자가 환율하락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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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자금이탈 지속 등 상승압력 여전
이달 수출 감소세…'흑자기조'도 의문
경상수지 흑자도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원화가치 하락)를 진정시킬 수 없는 것인가.
지난 2~3개월간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거듭하는 와중에도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연말까지는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거두지 않았다. 올 들어 9월까지 경상수지가 138억달러의 누적적자를 기록한 것이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는데 4분기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외화 공급이 늘어나 환율도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경상수지 흑자도 외환시장의 달러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상수지와 달리 자본수지 적자는 오히려 늘어가고 있는 데다 경상수지도 흑자 반전에는 성공했지만 향후 흑자 기조가 지속될지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자본수지 적자 확대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경상수지 흑자는 49억1000만달러.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월간 단위로는 최대 규모다. 지난 6월 18억2000만달러 흑자에서 7월 25억3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선 뒤 8월(―47억달러)과 9월(―13억5000만달러)까지 3개월 연속 적자였던 경상수지가 일거에 대규모 흑자로 전환된 것이다. 수입 급감으로 상품수지가 9월 8억9000만달러 적자에서 10월 27억9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선 데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같은 기간 12억40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로 줄고 특히 여행수지가 2001년 4월 이후 7년6개월 만에 흑자(5억달러)로 돌아선 게 수지 개선 요인이다.
문제는 자본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의 순유출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자본수지는 지난 9월 47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10월에는 255억3000만달러로 적자 폭이 5배 이상 커졌다. 올 들어 10월까지 자본수지 적자 규모도 350억3000만달러로 늘어났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10월 한 달간 88억4000만달러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데다 금융회사들이 외국에서 빌려온 돈을 연장하지 못하고 갚아야 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불안한 흑자
경상수지도 흑자 반전에는 성공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10월 수출액은 37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8.5%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일 뿐만 아니라 전월 증가율인 27.7%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다.
앞으로 세계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수출은 더욱 둔화될 우려가 크다. 당장 11월부터 큰 폭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이상현 한은 경제통계국 차장은 "국제 원자재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11월에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낼 것"이라면서도 "수출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어 흑자 폭은 10억달러 선으로 축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일반 소비재 등 내수용 수입증가율(12.1%)보다 원자재 등 수출용 수입증가율(8.0%)이 낮았던 점도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실장은 "당장의 경상수지 흑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라며 "주요 선진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데 우리나라가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까지는 주식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원·달러 환율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융계 관계자는 "계속되고 있는 높은 환율이 장기적으로 수출증가 요인으로 작용해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고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진정될 경우 내년 하반기에는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하고 "다만 현재로선 환율 상승압력이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홍콩에선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800원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이달 수출 감소세…'흑자기조'도 의문
경상수지 흑자도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원화가치 하락)를 진정시킬 수 없는 것인가.
지난 2~3개월간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거듭하는 와중에도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연말까지는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거두지 않았다. 올 들어 9월까지 경상수지가 138억달러의 누적적자를 기록한 것이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는데 4분기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외화 공급이 늘어나 환율도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경상수지 흑자도 외환시장의 달러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상수지와 달리 자본수지 적자는 오히려 늘어가고 있는 데다 경상수지도 흑자 반전에는 성공했지만 향후 흑자 기조가 지속될지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자본수지 적자 확대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경상수지 흑자는 49억1000만달러.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월간 단위로는 최대 규모다. 지난 6월 18억2000만달러 흑자에서 7월 25억3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선 뒤 8월(―47억달러)과 9월(―13억5000만달러)까지 3개월 연속 적자였던 경상수지가 일거에 대규모 흑자로 전환된 것이다. 수입 급감으로 상품수지가 9월 8억9000만달러 적자에서 10월 27억9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선 데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같은 기간 12억40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로 줄고 특히 여행수지가 2001년 4월 이후 7년6개월 만에 흑자(5억달러)로 돌아선 게 수지 개선 요인이다.
문제는 자본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의 순유출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자본수지는 지난 9월 47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10월에는 255억3000만달러로 적자 폭이 5배 이상 커졌다. 올 들어 10월까지 자본수지 적자 규모도 350억3000만달러로 늘어났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10월 한 달간 88억4000만달러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데다 금융회사들이 외국에서 빌려온 돈을 연장하지 못하고 갚아야 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불안한 흑자
경상수지도 흑자 반전에는 성공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10월 수출액은 37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8.5%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일 뿐만 아니라 전월 증가율인 27.7%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다.
앞으로 세계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수출은 더욱 둔화될 우려가 크다. 당장 11월부터 큰 폭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이상현 한은 경제통계국 차장은 "국제 원자재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11월에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낼 것"이라면서도 "수출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어 흑자 폭은 10억달러 선으로 축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일반 소비재 등 내수용 수입증가율(12.1%)보다 원자재 등 수출용 수입증가율(8.0%)이 낮았던 점도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실장은 "당장의 경상수지 흑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라며 "주요 선진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데 우리나라가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까지는 주식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원·달러 환율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융계 관계자는 "계속되고 있는 높은 환율이 장기적으로 수출증가 요인으로 작용해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고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진정될 경우 내년 하반기에는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하고 "다만 현재로선 환율 상승압력이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홍콩에선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800원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