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섭 <서울대 교수ㆍ경영학>

日도 글로벌 M&A 후유증 겪어, 경영자 양성ㆍ인재확보 우선돼야

내년 2월부터 자본시장 통합법을 시행하게 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투자은행(IB)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파산하거나 간판을 내리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서 과연 투자은행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퇴조에 따라 일본은 월스트리트를 직접 공략하고 있다. 미쓰비시 파이낸셜 그룹은 모건스탠리의 지분 21%를 매입하고 노무라는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중동 그리고 유럽 지역 투자은행 업무를 인수했다. 중국 역시 미국 은행의 지분을 늘리고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포기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투자은행의 기반이 없는 우리로서는 세계 일류 투자은행 인수가 훌륭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산업은행의 인수 포기는 현명한 결정이었다. 무엇보다 리먼은 심각한 부실을 떠안고 있었다. 리먼은 2007년 한 해 동안 82억달러의 자산을 상각했다. 올해 1분기 처음 적자를 낸 이래 부실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결국 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리먼은 파산 선언을 해야 했다. 이런 리먼의 지분을 무리하게 인수했다면 나라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처할 뻔했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 금융업계는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을 인수해 운영할 능력이 부족하다. 인수ㆍ합병(M&A)의 궁극적인 성공은 M&A를 한 뒤 기업 통합과 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우리 금융업계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첫째 인력 확보다. 설비에 의존하는 제조업과 달리 금융업은 고급 인재의 경험과 지식에 기반한다. 하지만 고급 두뇌들은 애사심(愛社心)이 없기로 유명하다. 기업 문화와 급여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이직을 쉽게 한다. 인재 없는 인수는 간판만을 살 뿐이다.

둘째 기업 문화가 크게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는 은행장에 대한 고액 연봉이 문제가 되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천문학적인 연봉과 보너스가 당연시된다. 그렇기에 M&A한 해외 금융회사들을 현지 관행대로 운영할 경우 국내 직원들과의 위화감을 야기할 수 있다. 여론과 노조의 반발도 감수해야 한다. 노무라도 이런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셋째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한 경영 리스크를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도 투자은행 직원은 많지만 경영자는 없다. 따라서 파생상품과 같은 높은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경영관리 능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 감독 당국의 규제나 감독도 미비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같은 외국 금융업체들끼리 이뤄진 M&A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0년 페인웨버를 인수한 UBS는 고비용과 이윤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재분할을 고려 중이다. 리먼을 부분 인수한 노무라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역시 리먼의 자산을 부분 인수한 바클레이스도 같은 이유로 통합 과정에서 대규모 감원을 했다.

이렇기에 아쉽더라도 제대로 된 투자은행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투자은행을 위한 기초 체력을 기르는 데 주력할 때다. 사실 우리는 M&A 이외에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 세계 50대 금융센터 지수에 따르면 서울은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 상하이와 베이징에도 뒤졌다. 정부의 규제 선진화도 더디기만 하다. 외국의 선진 투자기법과 생경한 기업 문화를 익히기 위한 해외 진출도 미진하다. 해외 업체에 대한 M&A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한 뒤 단행해도 늦지 않다. 그럴 때만이 M&A는 적은 기회 손실로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투자은행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신성장 동력으로 금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경영자 양성과 인재 확보가 우선 전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