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산책] '자신'과의 모험을 즐겨라!…불멸 찾아 떠난 길가메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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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심연을 본 사람,내가 그를 세상에 알리리라! 심연을 본 사람,길가메쉬,내가 그를 세상에 알리리라!'
인류 최초의 기록 신화인 '길가메쉬 서사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길가메쉬 서사시'는 고대 오리엔트 세계의 가장 위대한 영웅 길가메쉬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막을 여행하던 대상(隊商)들 사이에서 회자되어 온 이야기를 기원전 14세기 바빌로니아의 사제 신-레케-우닌니가 편집했다. '길가메쉬 서사시'는 전체 12개의 토판 문서로 이루어져 있으며,각 토판 문서는 300행 이상 씌어져 있다.
신-레케-우닌니는 왜 인류 최초 서사시를 '심연'이란 단어로 시작했을까.
길가메쉬는 기원전 2600년께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서 인류 최초의 문명을 일구어 낸 수메르 시대에 '우룩'이란 도시의 왕이었다. 그의 이름은 '늙은이(길가)가 젊은이(메쉬)가 되었다'라는 의미다. 이름이 시사하는 바처럼 '순간의 삶을 사는 인간이 어떻게 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것이 이 서사시가 던지는 질문이다. '길가메쉬 서사시'는 고대 다른 신화들이나 서사시들처럼 신들과 우주의 질서가 아니라 인간의 조건,즉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가사성(可死性)에 집착하며 이상적인 삶,진정한 리더가 누구인지 알려 주고 있다.
길가메쉬는 반신반인(半神半人)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풍요를 가져오는 암소 여신 닌순이었고,아버지는 우룩의 왕인 루갈반다였다. 키가 3m가 되는 완벽한 미남,젊은 길가메쉬는 엄청난 힘을 지닌 영웅이었다.
길가메쉬는 젊은 시절,영웅적 가치인 명성을 추구했다. 절대 인간 길가메쉬는 우룩의 지도자로서 젊은이들을 실신할 정도로 군사 훈련시켰다. 더욱이 초야권을 행사하여 우룩의 모든 신부들은 첫날밤을 길가메쉬와 지내야만 했다. 당연히 우룩의 시민들은 불만을 갖게 되었고,신들에게 불평하며 어떤 조치를 취해 주기를 간청했다. 신들은 길가메쉬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월등한 에너지와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 것을 알고,그에게 걸맞은 비범한 잠재력과 포부를 가진 친구를 창조했다. 그리하여 반신반인인 길가메쉬의 다른 반쪽으로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엔키두가 탄생한다.
길가메쉬는 엔키두와 함께 최고의 명성을 차지한다. 백향나무 숲을 지키는 산지기 신 후와와를 살해하고,우룩의 여신이며 전쟁과 사랑의 여신인 이시타르에게 모욕을 주며,하늘의 황소를 살해한다. 결국 신들은 자신들한테 도전하는 이들에게 죽음의 판결을 내리고 그 결과 엔키두가 죽게 된다. 자기의 반쪽인 엔키두가 죽게 되자 길가메쉬는 자신도 결국에는 죽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죽음 앞에선 그토록 일생 동안 매달리던 가치들이 허물어진다.
여기에서부터 새로운 추구가 시작된다. 불멸을 이미 얻어 지하세계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우트나피시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온갖 고생 후에 우트나피시팀을 만난 길가메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트나피시팀의 모습이 자신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길가메쉬는 이 죽을 경험을 통해 불멸은 이미 자기 자신 안에 내재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길가메쉬는 성서의 노아처럼,우트나피시팀이 방주를 만들어 살아남게 된 이유를 묻는다. 우트나피시팀은 다시는 신들이 인간에게 불멸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길가메쉬는 그의 말을 수용하지 않는다. 우트나피시팀은 만일 길가메쉬가 7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불멸의 시작이라고 제안한다. 그러나 너무도 피곤했던 길가메쉬는 7일 내내 잠을 잔다.
동정심을 느낀 우트나피시팀의 아내는 길가메쉬에게 선물을 주라고 요구하고,마침내 우트나피시팀은 영생을 보장하는 불로초의 존재를 알려 준다. 그들은 이 불로초가 페르시아 만(灣),바다 속 깊은 곳에 있다고 알려 준다. 길가메쉬는 다리에 돌을 묶고 바다의 가장 깊은 곳,'심연'으로 헤엄쳐 들어간다. '심연'에서 그는 드디어 불로초를 따온다. 소망을 이룬 것이다. 그는 불멸을 자신의 손에 거머쥐었다. 이제 그가 늙게 되더라도 언제고 다시 어린이로 되돌아가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길가메쉬는 마음을 끄는 연못을 발견하고는 그 속에 들어가 목욕을 하려고 부주의하게 불로초를 둑에 남겨 놓는다. 때마침 뱀이 이 풀을 발견해 집어삼키고는,뱀 껍질을 대신 남겨 놓는다.
길가메쉬를 패배케 한 것은 그 자신의 기본적인 유약함과 경솔함이었다. 그가 비난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의 실패 속에 함축되어 있는 이러한 영웅적 능력의 결여가 그를 미혹에서 깨어나게 한다. 이때 그는 상황의 아이러니를 깨닫고 자신을 향해 웃을 수 있게 된다. 이 웃음,이 유익한 유머 감각은 그가 마침내 성공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룩으로 돌아온 길가메시는 '지혜의 왕'으로 거듭난다.
길가메쉬는 '심연'을 찾기 위한 여행을 감행하였기에,자신을 향해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심연'이란 '경험을 통해 얻는 모든 지식의 총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길가메쉬가 진정한 영웅인 이유는 그가 '불멸'을 얻어서가 아니라,'불멸'을 얻기 위한 '심연으로의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니,그 여행을 떠나는 순간,이미 불멸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바로 이 여행을 항상 시도하는 사람이다.
'심연을 본 사람,내가 그를 세상에 알리리라! 심연을 본 사람,길가메쉬,내가 그를 세상에 알리리라!'
인류 최초의 기록 신화인 '길가메쉬 서사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길가메쉬 서사시'는 고대 오리엔트 세계의 가장 위대한 영웅 길가메쉬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막을 여행하던 대상(隊商)들 사이에서 회자되어 온 이야기를 기원전 14세기 바빌로니아의 사제 신-레케-우닌니가 편집했다. '길가메쉬 서사시'는 전체 12개의 토판 문서로 이루어져 있으며,각 토판 문서는 300행 이상 씌어져 있다.
신-레케-우닌니는 왜 인류 최초 서사시를 '심연'이란 단어로 시작했을까.
길가메쉬는 기원전 2600년께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서 인류 최초의 문명을 일구어 낸 수메르 시대에 '우룩'이란 도시의 왕이었다. 그의 이름은 '늙은이(길가)가 젊은이(메쉬)가 되었다'라는 의미다. 이름이 시사하는 바처럼 '순간의 삶을 사는 인간이 어떻게 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것이 이 서사시가 던지는 질문이다. '길가메쉬 서사시'는 고대 다른 신화들이나 서사시들처럼 신들과 우주의 질서가 아니라 인간의 조건,즉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가사성(可死性)에 집착하며 이상적인 삶,진정한 리더가 누구인지 알려 주고 있다.
길가메쉬는 반신반인(半神半人)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풍요를 가져오는 암소 여신 닌순이었고,아버지는 우룩의 왕인 루갈반다였다. 키가 3m가 되는 완벽한 미남,젊은 길가메쉬는 엄청난 힘을 지닌 영웅이었다.
길가메쉬는 젊은 시절,영웅적 가치인 명성을 추구했다. 절대 인간 길가메쉬는 우룩의 지도자로서 젊은이들을 실신할 정도로 군사 훈련시켰다. 더욱이 초야권을 행사하여 우룩의 모든 신부들은 첫날밤을 길가메쉬와 지내야만 했다. 당연히 우룩의 시민들은 불만을 갖게 되었고,신들에게 불평하며 어떤 조치를 취해 주기를 간청했다. 신들은 길가메쉬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월등한 에너지와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 것을 알고,그에게 걸맞은 비범한 잠재력과 포부를 가진 친구를 창조했다. 그리하여 반신반인인 길가메쉬의 다른 반쪽으로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엔키두가 탄생한다.
길가메쉬는 엔키두와 함께 최고의 명성을 차지한다. 백향나무 숲을 지키는 산지기 신 후와와를 살해하고,우룩의 여신이며 전쟁과 사랑의 여신인 이시타르에게 모욕을 주며,하늘의 황소를 살해한다. 결국 신들은 자신들한테 도전하는 이들에게 죽음의 판결을 내리고 그 결과 엔키두가 죽게 된다. 자기의 반쪽인 엔키두가 죽게 되자 길가메쉬는 자신도 결국에는 죽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죽음 앞에선 그토록 일생 동안 매달리던 가치들이 허물어진다.
여기에서부터 새로운 추구가 시작된다. 불멸을 이미 얻어 지하세계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우트나피시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온갖 고생 후에 우트나피시팀을 만난 길가메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트나피시팀의 모습이 자신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길가메쉬는 이 죽을 경험을 통해 불멸은 이미 자기 자신 안에 내재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길가메쉬는 성서의 노아처럼,우트나피시팀이 방주를 만들어 살아남게 된 이유를 묻는다. 우트나피시팀은 다시는 신들이 인간에게 불멸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길가메쉬는 그의 말을 수용하지 않는다. 우트나피시팀은 만일 길가메쉬가 7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불멸의 시작이라고 제안한다. 그러나 너무도 피곤했던 길가메쉬는 7일 내내 잠을 잔다.
동정심을 느낀 우트나피시팀의 아내는 길가메쉬에게 선물을 주라고 요구하고,마침내 우트나피시팀은 영생을 보장하는 불로초의 존재를 알려 준다. 그들은 이 불로초가 페르시아 만(灣),바다 속 깊은 곳에 있다고 알려 준다. 길가메쉬는 다리에 돌을 묶고 바다의 가장 깊은 곳,'심연'으로 헤엄쳐 들어간다. '심연'에서 그는 드디어 불로초를 따온다. 소망을 이룬 것이다. 그는 불멸을 자신의 손에 거머쥐었다. 이제 그가 늙게 되더라도 언제고 다시 어린이로 되돌아가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길가메쉬는 마음을 끄는 연못을 발견하고는 그 속에 들어가 목욕을 하려고 부주의하게 불로초를 둑에 남겨 놓는다. 때마침 뱀이 이 풀을 발견해 집어삼키고는,뱀 껍질을 대신 남겨 놓는다.
길가메쉬를 패배케 한 것은 그 자신의 기본적인 유약함과 경솔함이었다. 그가 비난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의 실패 속에 함축되어 있는 이러한 영웅적 능력의 결여가 그를 미혹에서 깨어나게 한다. 이때 그는 상황의 아이러니를 깨닫고 자신을 향해 웃을 수 있게 된다. 이 웃음,이 유익한 유머 감각은 그가 마침내 성공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룩으로 돌아온 길가메시는 '지혜의 왕'으로 거듭난다.
길가메쉬는 '심연'을 찾기 위한 여행을 감행하였기에,자신을 향해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심연'이란 '경험을 통해 얻는 모든 지식의 총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길가메쉬가 진정한 영웅인 이유는 그가 '불멸'을 얻어서가 아니라,'불멸'을 얻기 위한 '심연으로의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니,그 여행을 떠나는 순간,이미 불멸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바로 이 여행을 항상 시도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