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국제회계공용어 'IFRS' 도입한다는데 ‥바뀌는 회계기준…한국기업 '몸값'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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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환손실을 줄여주기 위해 국제회계기준(IFRS)의 일부를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회계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는 IFRS에서 허용하는 회계 처리 방식을 통해 △기능통화 회계제도 도입 △외화차입금 손실을 자본항목으로 처리 △10년 만에 자산재평가 허용 등의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는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중심이 돼 만든 회계 기준이다. 2000년 부실 회계로 파산한 미국 엔론사태를 계기로 주요 국가들이 미국식 회계 기준의 대안으로 잇따라 채택하면서 현재 110여개 국가가 채용하고 있다. 미국도 올해 4월 이 회계 기준을 2009년부터 적용하기 시작해 2014년부터는 전면 도입키로 결정했다.
한국은 내년에 일부 대기업들이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2011년까지는 전체 상장사와 금융회사들이 의무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160여개 국가가 이 기준을 사용,회계 기준에서 국경이 사라지는 셈이다.
◆부동산 등 기업 자산을 시가로 평가
IFRS를 도입하면 당장 기업들의 자산 가치가 크게 높아지게 된다. IFRS는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을 시가(공정가치)로 평가해 감사보고서를 작성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회계 기준에서는 기업의 공장부지 등 부동산을 시가보다 낮은 기준시가로 산정하게 돼 있다.
IFRS는 또 기업 인수.합병 때에는 인수한 회사가 보유한 브랜드 가치도 실제 가치를 평가해 자산에 합산하도록 하고 있다.
이갑재 삼일회계법인 IFRS그룹 리더(전무)는 "IFRS의 취지는 기업의 현재 가치를 있는 그대로 투자자들에게 보여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다만 컴퓨터와 프린터 등과 같이 중요하지 않은 자산은 현행 국내 회계기준대로 감가상각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주가를 평가하는 잣대의 하나인 기업들의 PBR(주가순자산가치)도 지금보다 낮아져 해당 업체의 주가가 높아질 여지가 생기게 된다. PBR는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시가의 60% 선인 기준시가로 산정한 부동산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면 크게 올라가게 돼 분모가 올라가면서 PBR가 낮아진다는 얘기다.
실제 상장회사협의회는 IFRS 방식으로 자산을 재평가할 경우 상장사들의 토지재평가 차액만 최대 22조원이 넘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토지장부가액이 35조1061억원인 12월 결산법인 264개사의 보유토지를 재평가할 경우 57조9978억원으로 65.2% 늘어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상장사 계열인 비상장사도 연결재무제표에 포함
IFRS의 또 다른 특징은 연결재무제표를 기업의 주 재무제표로 삼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A기업이 실적과 자산 현황을 보여주는 개별재무제표를 발표하고, 연결재무제표는 일종의 '옵션'사항이었지만 앞으로는 보유 지분율과는 상관없이 A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모든 회사'에 대한 정보를 연결재무제표에 넣어 발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연결기준으로 실적과 자산 가치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계열사끼리 서로 도와주기 위한 거래는 감소하고 계열사의 실적도 매우 중요해지게 된다.
또 2011년부터는 비상장사라도 상장사의 계열사인 경우엔 IFRS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영무 언스트앤영 부대표는 "연결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가 되기 때문에 IFRS 도입 기업은 현재 1900여개인 상장사뿐 아니라 상장사를 모회사와 자회사로 두고 있는 비상장사도 결국 IFRS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완해야할 사항도 많아
IFRS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까지엔 적지 않은 혼선도 예상된다.
우선 시가평가와 관련, 누가 평가를 해야하는지가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IFRS의 기준에는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평가기관'이라고만 명시돼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서원정 삼정KPMG 전무는 "자산이 2조원 넘는 상장사들은 2011년부터 분기보고서도 IFRS에 맞춰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자산을 평가받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부동산은 한국감정원이 하고,채권은 은행들이 한다는 식으로 규정을 만들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영무 부대표는 "특히 금융회사들은 비상장주식과 채권 ABS(자산유동화증권) 등을 모두 재평가해야 한다"며 "IFRS를 도입하고 난 뒤에 신용평가사 등이 참여하면서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자산재평가 때마다 부과되는 세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자산이 증가하면 관련 세금도 늘어나게 돼 기업으로선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학계에서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 재무제표인 연결재무제표를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회계법인들이 자회사의 실적을 분석,각 개별회사에 대한 회계감사를 모두 끝낸 뒤에야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투자자가 최종 연결재무제표에 담긴 회계 정보를 보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